법원, 고려아연 2.8조원 유상증자 ‘정당성’ 인정…“미 제련소 투자 계획대로”

산업 / 양지욱 / 2025-12-24 12:50:17
법원, 미국 제련소 투자용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영풍·MBK 입장문, “주주가치 훼손, 재무·경영 리스크 우려는 해소 안 돼” 유감

법원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최대주주(영풍·MBK파트너스 연합)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최윤번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이었던 ‘증자의 정당성’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다툼은 본안 소송으로 옮겨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해당 결정을 양측에 송달했다.

법원은 이번 증자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영풍·MBK 측 주장에 대해, 현 단계에서 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규모 해외 투자 계획의 실체 ▲사업의 중장기 전략적 필요성 ▲재원 조달 방식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처분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달 15일 미국 테네시주에 총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미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아연·연·동 등 핵심 비철금속의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2조8000억원 제3자 유상증자, 쟁점은 ‘의도’

문제의 핵심은 재원 조달 방식이었다.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를 위해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를 대상으로 약 2조8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사업적 상식에 비춰볼 때 과도한 규모의 증자이며, 사실상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미국 현지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 판단” 이라며 경영권 방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원은 고려아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재무적 판단의 영역’에 보다 무게를 둔 것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이번 결정이 경영권 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처분은 어디까지나 잠정적 판단에 불과하며, 영풍·MBK 측은 향후 본안 소송을 통해 신주 발행의 적법성과 이사회 판단의 정당성을 다시 다툴 가능성이 크다.


◆ 영풍·MBK 입장문, “주주가치 훼손, 재무·경영 리스크 우려는 해소 안 돼” 유감


이날 영풍·MBK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이번 판단으로 기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과 투자 계약의 공정성, 중장기 재무·경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의 문제 제기는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전체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최대주주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또 다시 강조했다.


아울러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회사와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윈윈’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대규모 해외 전략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경영진이 이사회와 최대주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며, 향후에도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중심으로 제도적·법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2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3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4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과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외식업체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영업과 마케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영양사·조리사까지 모집 분야도 다양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15일까지 2026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과 외국인 유학생 지원서를 접수한다.모집 분야는 B2C영업과 B2B영업·마케팅, 홍보영양, 마케팅, 영업지원, 글로벌

    5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가 같은 날 LFP와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했다. 빠르게 커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는 대규모 LFP 소재를 확보하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2027년 양산을 뒷받침할 핵심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과 2027~2032년까지 약 6조원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