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총체적 진통’…조원태 회장 리더십 시험대에 올라

산업 / 이강민 / 2025-07-03 14:18:00
공정위 제동에 소비자 불만까지…통합 앞두고 '첩첩산중'
▲ 사진출처 = 대한항공 제공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대한민국 항공산업에 미칠 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업계를 중심으로 연일 교차하는 가운데, 곳곳이 시작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각종 소비자들의 불만과 당국의 제동, 내부 조직 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터지고 있는 것인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조원태 회장이 유례없는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운임 인상, 기업결합 조건 위반 논란

가장 먼저 불거진 문제는 운임 인상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의 운임 인상 여부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3월 동남아 노선과 타이베이 등 일부 노선의 이코노미석 운임을 일제히 조정했고, 미주 노선에선 할인 운임 종료 등으로 실질적 운임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노선의 특가 운임 종료, 주요 노선의 기본 요금 인상, 특정 구간의 할인 축소 등 구체적인 운임 변동 사례가 거론된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인 ‘물가상승률 초과 운임 인상 금지’ 조항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물가상승률 초과 운임 인상 금지 ▲공급 좌석 수 90% 이하 축소 금지 ▲마일리지 제도의 불리한 변경 금지 등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 마일리지 통합안, 공정위에 ‘퇴짜’

통합의 또 다른 뇌관은 마일리지 통합 문제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 마일리지 방안은 지난 13일 마일리지 사용처 축소, 전환 비율 설명 미흡 등의 사유로 소비자 불리 논란 속에 공정위로부터 반려됐다.

현재 제휴 신용카드 마일리지(대한항공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 1000원당 1마일) 적립률 차이가 양사 이용객 모두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도 고려하지 못한 통합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원태 회장 경영진의 소통 부재와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 서비스 하락 우려와 노사 갈등, 내부 결속 ‘위기’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B777-300ER 항공기의 ‘이코노미 3-4-3 좌석 배열’을 검토했다는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LCC)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좌석은 대형항공사(FSC)의 장점이었으나 LCC 수준으로 비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대한항공은 확정된 것은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비행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등, 내부 노사갈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미 임금체계와 연장수당 지급 방식, 통상임금 기준을 두고 경영진과 현장 노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소송에 1200명 이상이 동참 의사를 밝힌 상황은, 통합 이후 조직 결속과 현장 신뢰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소비자 불만, 당국의 심의, 현장 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 ‘라이징 나이트’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변화 역행 논란에 휩싸인 조원태 리더십

조원태 회장은 2019년 부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젊은 리더십과 소통, 변화를 앞세우며 “통합 항공사 출범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의 미래를 약속했던 그였지만, 정작 변화보다는 기존 관행에 머무르며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달라진 것은 구호뿐, 조직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찾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여기에 최근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18% 넘게 끌어올리면서, 조원태 회장의 지배구조 불안정성도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 회장 본인의 직접 지분은 5%대,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20% 남짓에 그친다. 그나마 산업은행과 델타항공의 ‘우호 지분’에 기대 간신히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언제든 균열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마일리지, 운임, 노사 등 내부 이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현실에서 대한항공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 항공우주 육성 외치지만 물음표만 가득

한편 이재명 정부는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을 미래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항공산업 대전환기의 한복판에서 이처럼 통합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 소비자 불신까지 겹치면서 과연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란 이름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통합 시너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이어질지, 업계 곳곳에서 물음표만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가 되겠다더니, 오히려 소비자 불만과 내부 갈등만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통합 효과는커녕 조직 신뢰와 시장 신뢰 모두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근본적 변화와 위기관리 없이는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의 도약도 요원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소비자 중심 전략 부재, 조직 내 소통 단절, 반복되는 해명과 미흡한 위기관리까지. 과연 대한항공이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 거듭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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