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범용 석유화학 접고 바이오·수소로 체질 전환

산업 / 최성호 / 2025-12-31 11:03:33
NCC 370만톤 감축 결단…구조조정과 신성장 동시 추진하는 생존 전략
▲롯데케미칼 홈페이지/사진 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붕괴에 직면한 범용 석유화학에서 롯데그룹이 과감히 발을 빼고, 바이오·수소·반도체 소재를 축으로 한 고부가 사업 중심의 구조 대전환에 나섰다. 단기 실적 방어가 아닌 그룹 생존을 전제로 한 체질 개편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정부가 추진 중인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개편 정책에 업계 최초로 호응하며 전통 화학 축소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산 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여수산단에서는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 함께 중복 설비 통합안도 추가로 제안했다. 이를 통해 감축이 추진되는 NCC 규모는 최대 370만 톤으로, 국내 전체 감축 목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범용 중심의 규모 경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선택이다.

범용 축소의 반대편에는 고부가 소재 전환이 자리한다. 전남 율촌산단에 조성 중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은 연간 50만 톤 규모로, 국내 최대 컴파운드 생산기지다. 

 

올해 일부 라인이 가동을 시작했으며, 내년 하반기 준공 이후 전기차와 IT 기기용 고기능 소재 공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까지 생산 범위를 확대해 화학 사업의 질적 전환을 추진한다.

신사업 가운데 반도체 소재와 수소 분야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산 공장을 AI용 고부가 회로박 전용 라인으로 전환해 2026년까지 생산능력을 1.7배, 2028년에는 5.7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 부문에서는 울산에서 20MW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내년까지 총 80MW로 늘어난다. 대산에서는 450bar급 고압 수소출하센터도 운영에 들어가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일본 도쿠야마와의 합작사 한덕화학을 통해 평택에 반도체 현상액(TMAH)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며, 국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확대에 맞춘 선제적 투자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도 병행되고 있다. 롯데렌탈 지분 매각으로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와 롯데웰푸드 일부 공장 정리, 해외 석유화학 자산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범용 화학에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바이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통해 CDMO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2030년까지 송도에 총 36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하고, 미국 공장과 합쳐 40만 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시러큐스를 통합 CDMO 허브로, 송도를 대량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이원화 전략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이번 결단을 범용 석유화학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전통 사업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빠르게 키우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범용을 정리하고 고부가로 방향을 튼 롯데의 구조 대전환이 중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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