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자사주가 노사 갈랐다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8-26 09:34:08
PS 60% 주식 지급안 25표 차 부결…사무직 노조는 가결
상반기 영업익 98조…투자·주주환원 이어 '성과 배분 방식' 쟁점

▲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SK하이닉스(대표이사 곽노정)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임금 인상률보다 초과이익분배금(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에서 표가 갈렸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과 현금이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노사협상도 '얼마를 줄 것인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로 쟁점이 옮겨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 노조가 전날 마감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투표에서 반대 7535표(50.08%), 찬성 7510표(49.92%)가 나왔다. 투표자 1만5045명 가운데 25표가 합의안의 운명을 갈랐다. 반면 기술사무직 노조는 같은 잠정안에 66.2%가 찬성했다.

노사는 지난 20일 임금 6.3% 인상과 PS 지급 방식 개편에 잠정 합의했다. PS의 40%는 현금,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주식 지급분 가운데 40%는 당해 매도가 가능하고 20%는 2년에 걸쳐 각각 10%씩 이연 지급하도록 했다. 내년 초 지급하는 2026년분 PS에 한해 당해 매도 가능한 주식 40%를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최대 80%까지 현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합의한 PS 지급 방식과 차이가 크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기존 PS 상한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산정된 PS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각각 10%씩 이연 지급하는 구조였다. 당시 합의는 현금 지급을 전제로 했다. 올해 잠정안은 PS 산정 기준을 유지하면서 지급 수단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바꾸려 한 것이다.

성과 배분 방식이 민감해진 배경에는 급격히 불어난 이익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7조6103억원, 2분기 60조54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98조1529억원이다. 6월 말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88조원, 차입금은 18조6000억원으로 순현금은 약 69조4000억원이다. 반기보고서에서도 상반기 현금·현금성 자산은 87조9579억원, 차입금은 18조5866억원으로 확인된다.

현금창출력이 커지면서 돈이 향할 곳도 늘었다. 회사는 지난 7일 용인 Y2와 청주 M17 신규 팹에 각각 35조2000억원과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액은 약 54조원이다. 다만 이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이다. 54조원이 올해 한꺼번에 지출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주주환원도 크게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43억4000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공시상 취득 예상 기간은 이달20일~11월 19일까지이며 장내 매수 방식이다. 취득 예정주식은 2407만주로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취득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다만 2407만주는 확정 수량이 아니다. 회사는 이사회 전날인 지난 18일 종가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40조43억4000만원어치를 나눠 매입한다고 했다. 향후 주가에 따라 실제 취득 주식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40조원은 '취득예정금액', 2407만주는 '취득예정주식수'로 보는 게 정확하다.

성과급용 자사주와 이번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구분해야 한다. 회사는 지난 19일 결정한 자사주는 취득 후 "전량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따라서 이를 직원 PS 지급용 주식으로 사용하는 구조는 아니다. PS 지급에 필요한 자사주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자사주를 둘러싼 법적 환경도 달라졌다. 지난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 제341조의4는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보유·처분할 수 있다. 해당 계획은 매년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갈등을 단순히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보상액이 사실상 지급 시점에 확정된다. 주식으로 지급하면 구성원은 회사 가치 상승의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지만 주가 하락 위험도 부담한다. 노사가 주식 수 산정 때 여러 시점의 주가 가운데 낮은 가격을 적용하고, 지급 직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차액을 보전하는 장치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한편으로 AI 수요에 대비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고, 다른 한편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주주환원을 확대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직원 성과배분까지 겹쳤다. 

 

이번 25표 차 부결은 AI 호황으로 급증한 이익을 투자·주주환원·임직원 보상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경영 과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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