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부] 대한항공 '웃고' 방사청 '한숨'...사연은

산업 / 이강민 / 2025-02-19 08:56:21
대한항공 vs. 방사청, 2000억대 소송전 1심 대한항공 승리
계약 변경 요구로 인한 일정 지연, 발주처 책임 인정
1심 판결 대한항공 승리, 일부 지체상금만 인정돼 정산 필요
▲ 대한항공 <사진=토요경제 DB>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사단정찰용 UAV 사업에서 발생한 납품 지연 문제로 대한항공과 방위사업청 간 법정 다툼이 이어진 끝에, 법원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방사청의 요구로 인한 설계 변경과 일정 조정이 주요 원인으로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방사청이 대한항공과의 정산 과정에서 658억 원을 상계해둔 금액 중 유효한 지체상금 254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404억 원을 대한항공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방사청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반환 여부는 향후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 사단정찰용 UAV 사업
 

2015년 12월 대한항공은 방사청과 사단정찰용 UAV 초도 양산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계약금액은 2018년까지 2300억원 지급 등 단계별로 분할되었고, 나머지를 포함해 최종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은 2016년 초 양산에 착수하여 UAV 생산을 진행했다. 그러나 초도양산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들과 쟁점이 발생했다. 군 운용 개념 변화와 성능 개선 필요성에 따라 방사청이 UAV의 규격 및 설계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이미 확정된 도면과 일정에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의 주장에 따르면 방사청의 요구에 따라 당초 계획된 일정대로 양산을 완료하기 어려워졌고, 납품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대한항공은 계약 기간을 넘긴 2020년 12월에야 16세트 UAV 납품을 완료하며 사업을 마무리했다.

◆ 법정 다툼
 

2021년 4월 14일 대한항공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제기” 공시를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음을 알렸다.

공시 내용에는 방사청이 납품 지연을 이유로 2081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는 점, 대한항공은 이에 불복해 자신에게 지체상금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대한항공 측은 공시와 함께 “방사청의 일방적 요구로 인한 지연이므로 당사 귀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쟁은 2023년에 접어들며 더욱 격화됐다. 2023년 4월 24일 대한항공은 공시를 통해 “피소 사실”을 알렸는데, 이는 방사청이 156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방사청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납품 지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반소를 걸어온 것으로, 기존 대한항공의 청구에 대응하는 형태였다.

◆ 소송 일정 및 법적 논리
 

대한항공이 2021년 4월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지체상금 부과 책임의 귀속이었다. 대한항공은 계약 지연의 원인이 방사청의 잦은 요구사항 변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방사청에서 일방적으로 규격 및 형상 변경 등을 요구해 계획된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확정된 도면을 가지고 양산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격 및 형상 변경 요구가 계약 이행의 지연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발주처 기인 사유로 인한 지연은 계약 및 관련 법령상 지체상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지연에 대한 책임이 자사에 없으므로 방사청이 부과하려는 지체상금 채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법원에 확인을 구했다.

나아가 설령 지연에 일부 대한항공 귀책이 인정되더라도, 계약상 지체상금 상한은 계약금액의 10%로 제한된다는 점도 대비 논리로 제시되었다. 이는 방사청이 요구한 2000억원대 지체상금이 과도하며, 계약 조건을 넘어서는 부당이득 청구라는 논지였다.

한편 방사청은 2023년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156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방사청 측 주장의 골자는 납품 지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항공에 있으므로,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방사청은 계약 체결 시 정해진 납품기한을 대한항공이 어겼다는 사실 자체는 명백하다고 보고, 그에 따른 지체상금은 계약상 당연히 지급해야 할 예정 배상액이라는 입장을 폈다.

◆ 1심 결과, 대한항공 판정승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3부는 2025년 2월 5일 1심 판결에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2015년 12월 31일자 사단정찰용 UAV 초도양산사업 물품구입 계약에 기한 지체상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며 대한항공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한항공에 지체상금 납부 의무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판단의 근거로 재판부는 방사청의 요구로 발생한 규격·설계 변경에 따른 납품 지연은 대한항공 귀책이 아니며, 지체상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군 요구사항 변경으로 인하여 ‘확정된 도면으로 양산을 추진할 수 없었던’ 대한항공의 상황을 인정했고, 계약 해석상 정부가 원인제공을 한 지연에 대해서까지 업체에 일방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지체상금 청구를 전적으로 무효로 본 것은 아니었다. 일부 지연에 대한 책임 한도는 인정하여, 유효한 지체상금 액수를 계약금액의 10%에 해당하는 254억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방사청이 대한항공과의 정산 과정에서 658억 원을 상계해둔 금액 중, 유효한 지체상금 254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404억 원을 대한항공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방사청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반환 여부는 향후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측은 항소여부에 대해 “지휘청인 서울고등검찰청의 의견을 받아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항공 측은 “소송 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소송 대응 예정”이라고 답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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