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PF 자기자본 규제 2년 유예…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공급 역할 커져

경제·금융 / 위아람 기자 / 2026-08-28 22:25:38
주거사업장 적용 2027→2029년…PF 규제 전체 연기는 아냐
PF 연체율 4.65%로 다시 상승…캠코·산업은행 등 정상화 자금도 확대
금융위, 28일 은행·증권사 소집…저자본·고차입 구조 관리가 관건
▲ 정부가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한 13일 주택 공급 대상지인 경기도 과천시 경마장(렛츠런파크) 부지와 인근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PF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자기자본 규제를 주거사업장에 한해 2년 늦췄다. 시행사가 자기 돈을 더 넣도록 해 PF의 과도한 차입구조를 바꾸겠다는 중장기 건전성 정책보다 당장의 주택공급 회복에 시간을 더 준 것이다. 5대 시중은행권과 증권사에는 정상 주거사업장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이 한층 커진 셈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2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PF 취급 상위 증권사,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참석한 금융·건설업계 간담회를 열고 주택공급 금융 확대 상황을 점검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택공급 부족을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금융권에 확실한 자금공급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수도권 부실 주거사업장의 자체 이행계획도 점검해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책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PF 제도개편을 함께 봐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PF 건전성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핵심 가운데 하나가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다. 자기자본비율에 따른 건전성·충당금 규제와 일부 업권의 대출취급 요건을 4년에 걸쳐 5%, 10%, 15%, 20%로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다. 신규 취급분부터 적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배경에는 국내 PF 특유의 높은 차입 의존도가 있다. 시행사가 초기 자기자본을 적게 넣고 토지 매입부터 공사비까지 상당 부분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대출과 시공사 보증에 의존하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는 자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분양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악화하면 손실을 먼저 흡수할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부족해 위험이 금융회사와 건설사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최근 PF 부실 과정에서 저축은행과 증권사, 캐피탈사 등이 충당금 부담을 크게 떠안은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당국이 자기자본 규제를 도입하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주가 더 많은 자본을 먼저 투입하면 손실흡수력이 커지고 무리한 사업 추진을 억제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 등 대주단 입장에서도 사업주의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동일 사업의 대출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정책의 우선순위가 일부 조정됐다. 금융위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주거사업장 자기자본비율 규제 도입’을 기존 2027년에서 2029년으로 한시 유예했다. 동시에 PF 보증·자금공급을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확대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주택공급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려면 PF 단계의 자금조달부터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캠코 PF정상화펀드와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금융업권 자체펀드 등이 동시에 투입된다.

여기서 규제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PF 건전성 제도개편 전체를 2029년까지 미룬 것은 아니다. 8월 대책에서 명시적으로 시행시기를 변경한 것은 ‘주거사업장 자기자본비율 규제 도입’이다. 부동산 PF 거액신용공여 한도와 업권별 부동산·PF 대출한도 등 전체 제도개편을 일괄 연기한 것으로 표현하면 실제 정책보다 범위가 넓어진다.

규제를 늦췄다고 PF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금융위가 지난달 공개한 올해 3월 말 자료를 보면 전체 PF 익스포저는 16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74조3000억원보다 4조5000억원 줄었다. 사업 완료와 부실사업장 정리·재구조화가 진행된 영향이다.

반면 PF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3.88%에서 4.65%로 0.77%포인트 상승했다. 사업성 평가상 유의·부실우려 여신도 14조7000억원에서 1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PF 규모 자체는 줄고 있지만 남아 있는 사업장의 건전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규 자금은 다시 들어오고 있다. 올해 1분기 PF 신규취급액은 1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2000억원보다 50% 증가했다. 전체 익스포저는 감소하는데 신규 PF는 늘고 있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부실사업장 정리, 정상사업장 자금공급’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기존 PF 부실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취약한 시행사와 고금리 브리지론, 제2금융권 자금이 결합하면서 위험이 커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 정상 주거사업장에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의 장기·저비용 자금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느냐에 따라 PF 금융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주거사업장 자기자본 규제의 2년 유예도 이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자기자본 기준을 예정대로 강화하면 PF 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시행사의 사업 착수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규제를 늦추면 주택사업의 금융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저자본·고차입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시점도 뒤로 밀린다.

28일 금융위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PF 취급 상위 증권사, KDB산업은행·캠코 등 정책금융기관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이 두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면서 정상 사업장에는 돈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가 확보한 2년의 유예기간은 주택공급과 PF 건전성 사이의 완충기간에 가깝다. 그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은행권과 증권·보험·정책금융기관이 사업성을 얼마나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과거의 저자본·고차입 PF 구조까지 되살아난다면 규제 유예의 비용은 다시 금융권이 부담하게 된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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