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더 써도 밀렸다…ABL타워 매각전이 보여준 '가격보다 거래 확실성'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10-12 10:12:15
코람코 3460억원·한투부동산신탁 3500억원 제시
실수요자 확보·하드디파짓·세일앤리스백 대응력이 승부 갈라
▲우리금융그룹 ABL생명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ABL타워 매각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후보가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40억원을 덜 제시한 코람코자산신탁이 실수요자 확보와 이행보증금 등 거래를 끝낼 수 있는 조건에서 앞서면서 가격보다 거래 완결성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최근 ABL타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대표 정승회·이충성)을 선정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ABL타워 인수가로 약 346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상대였던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이보다 40억원 많은 약 3500억원을 제시했다. 가격만 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앞섰지만 ABL생명의 선택은 코람코자산신탁이었다.

차이를 만든 것은 가격 밖의 조건이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여의도에 사옥을 확보하려는 한 저축은행을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수익만을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구조와 달리 실제 건물을 사용할 주체를 미리 확보했다는 의미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건물 활용계획과 자금조달 구조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ABL생명이 매각 뒤 일정 기간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세일앤리스백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ABL생명은 현재 ABL타워 연면적 약 1만1936평 가운데 약 6500평을 사용하고 있다. 매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임차인으로 남는 만큼 인수자는 ABL생명의 임대차 기간과 임대료 조건을 고려하면서 이후 건물 활용계획까지 짜야 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이 확보한 실수요자는 이 같은 단계적 사옥 전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약 20억원 규모의 하드디파짓도 코람코 측 제안의 차별점이었다. 하드디파짓은 일정 조건에서는 돌려받지 못하는 이행보증금이다. 매수자가 거래 과정에서 중도 이탈할 가능성을 낮추는 장치인 만큼 매도자에게는 거래 종결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다.

반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연내 계약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하드디파짓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차이가 40억원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매도자가 거래 실패 위험까지 함께 따졌다면 이 같은 조건 차이가 우협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번 거래는 ABL타워의 가격 눈높이가 매각 초기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ABL생명이 지난 7월 매각에 착수할 당시 시장에서는 인근 여의도 오피스 거래 사례 등을 고려해 매각가격이 5000억원 안팎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코람코가 제시한 3460억원은 당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다. 현재 제시가격은 연면적 기준 3.3㎡당 약 2900만원 수준이다.

매도자에게도 가격만큼 거래 성사가 중요한 상황이다. ABL생명은 2025년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뒤 그룹 차원의 자본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ABL타워 매각을 추진해왔다. 우리금융은 ABL타워뿐 아니라 다른 보유 부동산도 매각하면서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ABL타워 매각전은 오피스 거래에서 제시가격만으로 매수자를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높은 가격을 써내더라도 자금조달과 임차인 관리, 향후 건물 활용 방안이 불확실하면 매도자가 거래 종결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에는 40억원 높은 가격보다 실수요자와 하드디파짓, 세일앤리스백 이후의 활용계획을 갖춘 인수 구조가 우위를 차지했다. ABL타워 우협 선정은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서 ‘얼마에 사느냐’뿐 아니라 ‘실제로 거래를 끝낼 수 있느냐’가 가격 못지않은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코람코자산신탁, 롯데건설과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개발2020.02.27
코람코자산신탁, 블라인드 펀드로 포도몰 인수2020.11.04
코람코, 자산매각 성과 405억 주주환원…4호 모리츠 투자금 회수2026.10.03
[건설업계 동향] 코람코 ‘코너360’, 첫 GRESB서 100점…성수 오피스 ESG 세계 1위...부영, 프리미엄 시즌권 판매2026.10.08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신한·KB국민·하나 뚫은 해킹, 은행 '본체' 아닌 주변부 노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는 인터넷뱅킹이나 계정계보다 대출모집인·임직원 등이 사용하는 외부 업무시스템에 집중됐다. 금융당국도 외부 웹페이지와 서버를 보안 사각지대로 지목하면서 금융권의 보안 점검 범위가 핵심 전산망에서 외부 접점으로 확대되고 있다.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정보유출이 확인된 곳은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현대캐피

    2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3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4
    퍼스트솔라, JA Solar까지 제소…미 태양광 장벽 '관세서 특허로'

    퍼스트솔라, JA Solar까지 제소…미 태양광 장벽 '관세서 특허로'

    미국 태양광 시장의 진입장벽이 관세와 원산지 규제에서 핵심 제조기술 특허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 퍼스트솔라(First Solar)가 중국 제이에이솔라(JA Solar)를 상대로 TOPCon 특허소송을 추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생산기반과 공급망에 이어 지식재산권 관리가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5일 미국 법원 기록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First S

    5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