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7)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5-23 06:05:39
옛 흔적이 남아있는‘무녀도, 가족과 함께 떠나기 좋은‘신시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옛 흔적이 남아있는 ‘무녀도’

‘무녀도(巫女島)’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옛 생활 흔적을 볼 수 있다. 넓은 염전이 있었다. 지금은 폐염전 일부만 남아있다. 나머지는 갈대 습지로 조성됐다. 소금이 귀하던 시절 염전은 부의 상징이었다. 염전은 무녀도에 돈이 돌도록 했다. 염전을 두고 이권 다툼이 심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폭력 집단이 집단 난투극까지 벌렸다. 지금은 추억 속의 옛이야기가 됐다.

▲ 무녀도 모감주나무 <사진=박정훈 연구원 제공>

 

‘모감주나무(Goldenrain tree)’ 군락지도 있다. 무녀1구에 있다. 훼손이 많이 돼 지금은 몇 그루만 남아있다. 주민은 말한다. 기후변화로 나무가 죽어간다고. 안타까운 일이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염주를 만들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7월에 피는 노란 꽃은 화사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피는 꽃은 환상이다. 사진 촬영지로도 사랑을 받은 이유다.

▲ 무녀도 엄바위 <사진=박정훈 연구원 제공>

과거는 흘려보내자. 아직도 둘러볼 곳이 많다. 미지의 장소도 있다. 무녀1구에 ‘엄바위’가 있다. 마을 앞에 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놀던 장소다. 고래 입처럼 벌린 큰 바위가 그늘을 제공해준다. 물이 빠지면 넓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싸준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은 매운탕 재료가 된다. 입은 뜨겁고 몸은 시원하다. 한여름 더위를 날리는데 제격이다. 엄바위는 먹고 쉴 수 있는 휴식처다.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갈 수 있다. ‘똥섬’에는 해안 산책길이 형성됐다. 데크가 만들어져 걷기에 적합하다. 트래킹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걷다 보면 다정한 소리가 들린다. 바닷바람이 손님을 반긴다. 도심의 혼탁함을 말끔히 씻고 가라고. 하찮은 잡념은 떨쳐버리라고. 똥섬의 매력에 빠졌다 가라고 말을 건넨다.

‘쥐똥섬’도 눈길을 끈다. 관광명소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길이 생긴다. 마을 해변에서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여유롭게 길을 걸어봐라. 바지락조개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예쁘다고 줍지 마라. 주민의 생활 밑천이다. 주민은 바지락조개로 많은 수입을 올린다. 4월 중순부터 7월까지 바지락을 캔다. 평균수입이 1,500만원에 달한다. 불과 4개월도 안 돼 버는 돈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무녀도는 부자 섬이라고. 속내를 들여다보니 이해가 된다.

무녀도의 바지락조개는 자연산이다. 전국 최고 품질로 대접받고 있다. 다른 지역 조개와 다른 점이 있다. 껍데기 색깔이 검다. 질 좋은 갯벌에 살아서 그렇다. 채취와 동시에 품절이다.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 군산시민도 못 먹는다. 운이 좋으면 맛볼 수 있다. 주민과 직거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무녀도에는 ‘자동차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주말에는 예약마저 어렵다. 무녀도는 대규모 관광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해양레포츠 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섬은 어떤 모습일까. 바다와 섬과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휴양지가 될 것이다. 한편으론 조용한 섬 무녀도의 변화가 아쉬울 법도 하다.

가족과 함께 떠나기 좋은 ‘신시도’

▲ 신시도 갯벌 독살 <사진=박정훈 연구원 제공>

 

전설의 섬이다. 무슨 전설일까. 신라 때 얘기다. 최치원 선생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신시도(新侍島)’의 상징 ‘대각산’과 연결된다. 최치원이 대각산에 올라 글을 읽었다. 그 목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고 전해진다. 최치원의 유명세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최치원을 기리던 신당 터만 조금 남아있다. 미신타파라고 헐어버렸다. 사학자들은 말한다. 최치원의 실존자료가 사라졌다고. 아쉽다. 우리는 왜 역사적 유물을 지키지 못할까. 자책감이 든다.

신시도는 가족과 함께 찾으면 좋다. 어촌체험하기 딱 좋은 곳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개매기 체험’을 즐겨보라. 개매기 체험이 무엇인가. 바다에 그물을 쳐놓고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체험이다.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갇히게 된다. 손으로 줍기만 하면 된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 어업방식이다. 5월에서 10월까지 운영한다.

갯벌 체험도 흥미롭다. 신시도의 갯벌은 청정지역이다. 바지락 천국이다. 신시도의 바지락은 모양부터 다르다. 다른 지역 바지락보다 월등히 크다. 속이 가득 차고 알이 굵다. 무녀도의 바지락처럼 검은색이다. 질이 워낙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일본에서 찾는다. 국내에서는 먹기가 어렵다. 갯벌 체험을 하면 귀한 바지락을 가져갈 수 있다. 1인당 2kg 안에서. 가족과 웃다 보면 금방 한가득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3월에서 11월까지 즐길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독살체험’도 할 수 있다. 독살은 개매기와 비슷한 어업방식이다. 그물대신 돌을 이용하는 차이점이다. 돌을 V자로 쌓아 놓는다. 썰물 때 빠져 나가지 못한 고기가 독살 안에 남는다. 맨손으로 잡으면 된다.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숨겨진 섬 신시도는 이제 변화를 꿈꾼다.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이 섬에서는 김을 양식한다. 바지락과 함께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도시에서 먹기 힘든 물김을 맛볼 수 있다. 물김과 바지락을 이용한 음식이 호응을 받고 있다. 바지락을 이용한 신시도 파스타. 물김 동동 수제비. 다른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을 제공한다.

선상낚시도 체험상품으로 인기다. 신시도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섬 가운데 물이 가장 풍부하다. ‘깊은금’이라는 바다 여울이 있다. 아직도 지명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울이 무엇인가. 물의 흐름이 작은 급경사를 이루는 것이다. 급경사를 이루다 보니 수심이 깊다. 신시도의 갯벌에는 바다 여울이 많다. 여러 갈래 물길이 있어 수량을 유지해 준다. 다른 지역 갯벌보다 물을 많이 담고 있다. 당연히 어족이 많고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낚싯대를 던져보라.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게다. 3월부터 11월까지 즐길 수 있다.

볼거리도 많다. 숨겨진 절경이 있다. ‘하트동굴’이 있다. 동굴 모습이 하트 모양이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깊어진다. ‘선유팔경(仙遊八景)’ 가운데 하나인 월영단풍. 자갈이 숲을 이루는 몽돌해수욕장. 자연이 준 선물이다. ‘월영봉’의 64왕들도 사랑한 군산의 섬 늬들이 군산을 알아?

단풍은 한 폭의 산수화다. 신시도 앞바다에서 바라보라. 불계(佛界)인가 선계(仙界)인가. 감탄이 절로 난다. 석양이 질 때 걷는 몽돌해수욕장. 황혼의 노부부가 거닐 만하다. 지나온 삶의 자취가 떠오를 게다. 힘들었던 삶. 즐거웠던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가리라.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보라. 회한의 눈물도 흐르리라. 고맙고 미안해서 두 손을 꼭 잡게 된다. 남은 인생 석양빛보다 더 뜨겁게 살자고 다짐하며.

젊은 연인들은 또 다른 느낌이 들게 된다. 자갈과 부딪치는 파도 소리. 연인의 밀어와 같다. 자신들의 사랑 얘기처럼 다가온다. 다정한 눈빛으로 손가락 걸며 맹세하게 된다. 석양의 붉은 빛보다 더 뜨겁게 사랑하자고. 가족의 소중함과 연인의 깊은 사랑을 느끼고 싶은가. 떠나라 신시도로.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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