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4)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5-13 11:22:33
국내 최초 포장도로 '전군가도', 사상초유 농민저항운동 '옥구농민항쟁'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국내 최초의 포장도로 ‘전군가도’

▲번영로(옛 전군가도) <사진=김병윤 대기자>

 

‘전군가도(全群街道)’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도로다. 사람을 위한 도로가 아니었다. 쌀을 운송하기 위한 도로였다. 일제의 쌀 수탈은 호남평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제는 쌀 수탈을 위한 묘책을 짜냈다. 근대화의 미명 아래 도로 건설에 나섰다. 전주와 군산, 광주와 목포, 대구와 경주, 평양과 진남포 등 4곳에 도로를 건설했다. 폭 6~7m의 도로였다. 당시에는 꽤 넓었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수탈을 위해 만들어졌다.

‘전군가도’는 호남평야의 쌀을 군산항으로 운송하기 위해 건설했다. 전주와 군산 사이 46.4km, 폭 7m의 도로였다. 1907년에 건설해 1908년에 개통했다. 전군가도에도 선조들의 아픔이 있다. 도로 가운데는 일본인이 다녔다. 승합차 인력거를 타고 지나갔다. 우마차도 다녔다. 한국인은 가장자리로 다녔다.

건설비용은 대한제국이 부담했다. 일제는 자신들의 수탈을 위해 겁박을 했다. 저물어가는 대한제국은 저항할 힘이 없었다. 전군가도는 현재 ‘번영로’로 불린다. 4차선으로 확장돼 산업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량도 매우 많다. 도로 양편에는 화사한 벚나무가 관광객을 반긴다. 봄에는 행락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번영로를 달릴 때 꼭 되새겨야 할 일이 있다. 이 길이 절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일제강점기 우리 농민의 피가 녹아있고 노동자의 땀이 스며있다는 것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다시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결의를 다져야 한다.

사상 초유의 농민저항운동 ‘옥구농민항쟁’

▲ 옥구농민항쟁 <사진=김병윤 대기자>

 

옥구농민항쟁(沃溝農民抗爭)은 사상 초유의 농민 저항운동이다. 1927년 옥구에서 일어났다. 임피(臨陂)의 이엽사 농장에서 발생했다. 일제는 악랄하게 쌀을 수탈했다. 비싼 이자로 농민에게 돈을 빌려줬다. 땅을 담보로 잡았다. 이자 내기가 버거웠다. 고리 대금업으로 농민의 땅을 빼앗았다. 땅을 뺏긴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일본인 지주는 어김없이 높은 소작료를 챙겼다. 소작료는 쌀 등 곡물이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소작료를 터무니없이 높여 나갔다. 수확한 곡물의 75%까지 요구했다. 농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소작료를 내고나면 먹고살 방법이 없었다. 비싼 비료값도 내기 힘들었다. 농민은 40~50%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인 지주는 거절했다. 농민은 소작료 납부를 거부했다. 일본 경찰은 농민회 간부를 감금했다.

500여 농민은 분개했다. 힘을 합쳐 일어섰다. 노동자, 학생들도 합류했다. 징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주재소를 습격했다. 주재소를 완전히 부숴 버렸다. 일본인 경찰도 때려눕혔다. 농민회 간부들도 구출했다. 일본 경찰은 이런 농민항쟁에 비상이 걸렸다. 더 심한 억압정책을 펼쳤다. 계엄 상태에 준할 정도로 우리 국민을 체포했다. 농민 조합원 80여 명이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 조합의 간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일제는 뻔뻔하게도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옥구농민항쟁은 단지 소작료에 대한 저항이 아니었다. 민족의 자존심을 내건 민중행동이었다. 독립을 위한 씨앗이었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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