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6)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5-19 10:30:39
왕도 사랑한 ‘군산의 섬'
가장 아름다운 섬‘어청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왕들도 사랑한 ‘군산의 섬’ 

▲ 선유도 일몰전경 <사진=임동준 제공>

 

그 섬에 가고 싶다. 왕들이 반한 섬이다. 신선의 섬이다. 어디일까. 군산의 섬이다. 군산의 섬은 포근하다. 엄마의 젖가슴처럼. 군산의 섬은 넉넉하다. 아버지의 넓은 어깨같이. 군산의 섬은 평온하다. 초원을 뛰노는 양 떼처럼.

군산의 섬은 볼 것이 많다. 석양이 비춰주는 노을빛 바다. 바지락 캐는 여인의 뒷모습. 몽돌해변을 걷는 연인의 입맞춤. 모두가 한 폭의 수채화다. 자연과 삶의 진솔한 모습이다. 잔잔한 파도 소리는 엄마의 자장가 같다. 섬마을 앞바다는 모두를 감싸준다. 남녀노소 빈부의 차이도 없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두 팔 벌리고 서 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여 어서 내게 오라고.

군산의 섬은 삶의 치유제다. 활력소다. 떠오르는 태양보다 지는 석양이 장엄하다. 일출과 일몰의 의미가 다르다. 똑같은 붉은색이 아니다.

그 뜻을 느끼고 싶은가. 어서 짐을 챙겨 떠나라. 석양이 아름다운 군산의 섬으로. 그리고 느껴라. 석양이 알려주는 삶의 의미를.

가장 아름다운 섬 ‘어청도’

▲ 어청도 전경과 석양지는 등대 <사진=김중규 근대역사박물관장 제공>

 

어청도(於靑島)는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늘 푸른 섬이다. 섬이 작고 아담하다. 섬투어에 최고의 장소다. 하루만 머물면 섬의 속살을 모두 볼 수 있다. 뱃길로 들어가야 한다. 육지와 72km 떨어져 있다. 가기 힘든 만큼 보람을 느낄 것이다. 지금은 쾌속선이 달린다.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예전에는 족히 4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멀미약을 먹고 가야만 했다. 흑산도와 함께 서해안의 유명한 ‘피항지’다. 풍랑을 만난 선원에겐 안식처이다. 선원들만 쉬는 장소가 아니다. 고래가 새끼를 낳을 때 들리는 섬이다. ‘어청도’는 베푸는 섬이다. 어려움에 부닥친 만물에 안식처를 제공한다. 아픈 사연도 있다. 예전에는 여인들의 인신매매가 활개를 쳤다. 여성 인권이 무참히 짓밟혔다. 어청도만의 사연은 아니다. 다른 섬에서도 그런 일이 많았다. 우리시대의 아픈 자화상이다.

어청도에는 등대가 있다. 정말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등록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다. 산꼭대기에 우뚝 서 있다. 산을 넘어 험한 길을 가야만 한다. 등대지기를 위해 지은 관사(官舍)는 절경이다. 등대 불빛은 12초마다 한 번씩 돌아간다. 어둠 속에 안녕의 빛을 비추고 있다. 아름다운 만큼 쓰라린 사연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어청도는 일제가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섬이다. 일제의 수탈은 아름다운 섬에도 마수를 뻗쳤다.

어청도에는 봉수대가 있었다. 지금은 터만 남았다. 현재도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국방의 전략적 요충지로 그 역할을 크게 하고 있다.

어청도는 물고기의 보고다. 우럭의 놀이터다. 해변에서 낚싯대를 던져보라. 낚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기가 낚싯대를 찾아온다. 미끼를 찾아 경쟁하듯 달려온다. 씨알 굵은 우럭이 연이어 나온다. 고기를 건져 올리다 힘들면 말하라. “우럭아, 이제안녕.” 어청도의 별미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우럭찜은 섬 주민이 즐겨 찾는 최고의 음식이다. 양념장으로 몸치장을 한 찜 맛은 오묘하다. 회, 매운탕과는 다른 맛이다. 자연산 전복은 최상급 식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꼬들꼬들한 식감. 참깨 같은 고소함. 여행객의 지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삶아 먹는 ‘섭치’도 별미다. 맛의 신세계를 열어준다. 바다 향기를 품은 부드러운 살이 혀를 녹인다. 섭치는 손바닥 크기의 자연산 홍합을 말한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 어청도 <사진=김중규 근대역사박물관장 제공>

 

어청도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자연산 생선을 쉽게 맛볼 수 있다. 값도 싸다. 식당도 많다. 맛집을 찾으려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발길 닿는 데로 가면 된다. 모든 식당이 별미를 제공한다.

배가 부른가. 해변에 앉아 쉬어가라. 말동무도 필요 없다. 바다와 산을 품은 자연이 친구가 돼준다. 가장 아름다운 섬 어청도를 향해 발길을 재촉해 보라. 행복을 느낄 것이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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