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는 패션기업인가, 부동산금융기업인가

유통·소비재 / 임종호 기자 / 2026-07-14 13:58:05
2026년 1분기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71.88%로 확대
250억원 들여 추가 매입…패션 본업보다 커지는 부동산금융 존재감

LF가 올해 1분기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패션기업 LF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다시 커졌다. 닥스와 헤지스의 회사인가, 코람코를 앞세운 부동산금융 회사인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LF의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67.08%에서 올해 1분기 71.88%로 높아졌다. 2026년 1분기 중 약 250억원 규모의 지분 매입이 이뤄졌고, 신한은행이 보유하던 물량을 LF가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총발행주식 수가 변하지 않은 만큼 신주 발행이 아니라 기존 주주 지분을 사들인 거래로 볼 수 있다.

이 거래는 단순한 지분 정리가 아니다. LF가 코람코자산신탁을 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더 깊게 끌어안고 있다는 신호다. LF는 2018년 11월 22일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50.74%를 1898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부동산금융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후 지분을 계속 늘렸고, 이제 70%를 넘어섰다.

문제는 LF의 사업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LF는 여전히 패션회사다. 닥스, 헤지스, 마에스트로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패션 부문이 매출의 중심이다. 그러나 이익의 방향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운용을 포함한 부동산금융 부문이 LF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패션 본업은 반등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질문이 남는다. LF의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었다. 올해 1분기도 영업수익성 개선이 확인됐다. 다만 이 개선의 상당 부분은 수익성 낮은 브랜드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 영향으로 해석된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장기 성장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패션기업의 본질은 브랜드력, 상품 경쟁력, 유통 장악력에서 나온다. 매출 성장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효율화만으로 이익을 계속 늘리기는 쉽지 않다. LF가 코람코 지분을 계속 늘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패션 본업의 성장 한계를 부동산금융으로 보완하려는 흐름이다.

코람코는 실제로 LF에 도움이 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 부동산신탁, 자산운용 기능을 통해 LF 연결 실적을 받쳤다. 패션업황이 흔들릴 때 코람코가 완충재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LF가 코람코를 인수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완충재가 중심축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LF가 패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채운다면 리스크의 종류가 바뀐다. 소비 둔화 리스크가 부동산 경기, 리츠 시장, 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 데이터센터 투자금 회수 리스크로 옮겨가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데이터센터다. LF와 코람코는 가산동 데이터센터, 부산 장림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와 클라우드 수요 확대를 타고 성장성이 큰 분야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가 크고,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업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차입, 보증, 손실 부담이 먼저 재무제표에 들어온다.

가산동 데이터센터 사업은 상징적이다. LF는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FV를 통해 관련 사업에 참여했고, PF 대출과 담보 제공 구조도 얽혀 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2025년 6월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은 것으로 공시됐다. 그러나 개발 사업 특성상 수익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손실이 먼저 발생했다. 가산동 데이터센터 PFV는 2025년 2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장기 개발 사업에서 초기 손실은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LF가 감내해야 할 재무 부담이다. LF는 패션기업이다. 부동산금융과 데이터센터 투자를 키울수록 재무제표의 성격은 달라진다. 브랜드 재고와 매장 효율을 보던 투자자는 이제 리츠 운용, PF 구조, 차입금, 보증, 투자금 회수까지 함께 봐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도 LF의 모니터링 포인트로 코람코자산신탁의 실적 변동성, 재무부담, 신규사업 투자성과를 제시했다. LF의 연결 총차입금은 2026년 3월 말 9300억원대로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는 30% 수준으로 올라왔다. 당장 유동성 위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패션 투자가 커질수록 LF의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에도 실탄이 들어가고 있다. LF는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코람코자산운용 자본 확충을 이어왔다. 운용사의 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그룹 차원에서는 부동산금융 사업을 키우는 신호다. 그러나 투자 여력 확대는 더 큰 투자와 더 큰 회수 리스크를 뜻하기도 한다.

핵심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LF가 코람코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얼마나 안정적인가. 둘째, 데이터센터와 부동산금융 투자가 패션 본업의 현금흐름을 잠식하지 않는가. 셋째, LF가 패션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금융·부동산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가.

다른 기업들의 사례는 경고를 준다. 쌍방울은 한때 ‘트라이’로 대표되는 국내 속옷 기업이었다. 그러나 무역, 컴퓨터, 리조트, 스포츠 행사 투자 등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무리한 다각화의 후유증을 겪었다. 1997년 그룹 부도 이후 계열사 상당수가 정리됐다. 본업의 경쟁력을 다른 사업 확장으로 대신하려다 재무 부담을 키운 사례다.

해외에서는 베네통 사례도 있다. 베네통 브랜드는 한때 세계적 패션기업이었지만 패스트패션 경쟁 속에서 본업 경쟁력이 약해졌고, 수년간 손실과 구조조정을 겪었다. 베네통 가족 지주회사 에디치오네는 인프라와 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보유했지만, 지주 차원의 다각화가 패션 브랜드 본업 회복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못했다.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비패션 자산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LF를 이들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LF의 재무안정성은 아직 양호하고,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부동산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코람코 인수는 패션 불황기에 LF 실적을 방어하는 역할도 했다. 실패한 다각화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질문은 유효하다. LF가 코람코 지분을 71.88%까지 높인 것은 사업다각화를 넘어 지배력 강화에 가깝다. 부동산금융이 보조축이라면 문제는 작다. 그러나 부동산금융이 패션을 대신할 핵심 캐시카우가 된다면 투자자와 시장은 LF를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

패션기업의 가치는 브랜드에서 나온다. 부동산금융기업의 가치는 운용자산, 수수료, 금리, 리츠 시장, 프로젝트 회수 가능성에서 나온다. 두 사업은 수익 구조도, 위험 요인도 다르다. LF가 두 영역을 모두 가져가려면 패션기업의 감각과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

LF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코람코는 분명 성장축이다. 그러나 코람코가 커질수록 LF는 더 이상 단순 패션기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닥스와 헤지스의 회사였던 LF가 데이터센터와 리츠, 부동산신탁의 회사로 바뀌고 있다. 시장이 묻는 질문도 바뀌고 있다. 

 

LF는 패션기업인가, 부동산금융기업인가.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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