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올리고 PF는 풀라…5대 은행 딜레마

경제·금융 / 임종호 기자 / 2026-08-30 20:50:58
한은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물가·집값·가계대출에 긴축 신호
금융위 다음날 5대 은행에 주택공급 ‘확실한 자금공급’ 주문
PF 지원 26.3조→47.8조+α…사업성 판단까지 정책이 대신해선 안 돼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8.27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린 다음 날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 시중은행에 주택공급을 위한 적극적인 자금공급을 주문했다. 하나는 돈의 가격을 높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부문의 돈길을 넓히는 정책이다. 목적은 다르지만 두 정책이 만나는 곳은 결국 은행이다. 금리 상승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악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은 공급금융까지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이번 연속 인상을 시장에 보내는 ‘강한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와 주택시장의 과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누르겠다는 의미다.

하루 뒤 금융당국에서는 다른 신호가 나왔다. 금융위와 국토부는 28일 금감원과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HUG, 5대 은행, PF 취급 상위 증권사 등을 불러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건설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자금공급”을 주문했다.

이는 금리 인상 기조를 뒤집는 조치는 아니다. 한은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전체 신용의 가격을 높이고, 금융위는 주택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필요한 분야에는 자금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이런 방향을 구체화했다. 부동산 PF 보증과 자금공급을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확대한다. PF 보증을 늘리고 캠코 PF정상화펀드 3조원을 기반으로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을 5조원으로 확대한다. 금융업권 자체펀드도 10조원까지 늘린다.

반면 기존 주택 매입과 투기적 수요에는 규제를 유지한다. 정부는 주담대 자본규제와 전세대출 보증 관리를 강화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는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늘어난 여력은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집중한다.

은행 대출 총량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돈이 흘러갈 곳까지 구분하는 정책이다.

5대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단순하지 않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과 대출금리가 함께 영향을 받는다. 금리 상승이 순이자마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과 신용비용은 커질 수 있다.

PF에서는 금융비용 상승이 곧 사업성 문제로 연결된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토지비와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외부 자금에 의존한다. 금리가 오르면 예상 분양수익은 그대로인데 금융비용은 커진다.

이미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택사업자의 자금조달 여건은 악화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8월 조사에서 전국 자금조달지수는 78.6에서 73.4로 떨어졌다.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브리지론과 본PF의 조달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27일 추가 금리 인상으로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PF 보증과 정책펀드를 확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까지 금리 상승 때문에 자금이 끊기면 착공이 늦어지고 향후 주택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문제는 지원과 여신 판단의 경계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이유로 자금공급을 독려하더라도 개별 PF 사업의 경제성은 금융회사가 판단해야 한다. 금리가 3%로 올라간 만큼 예상 분양가와 공사비, 금융비용, 분양률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정책 지원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로 사업성이 부족한 곳까지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하면 부실 시점만 늦출 수 있다.

공적 보증 확대에도 양면성이 있다. 보증이 늘면 은행은 자금을 공급하기 쉬워진다. 반면 금융회사가 사업성을 엄격하게 심사할 유인이 낮아지고 민간이 부담해야 할 개발위험 일부가 보증기관과 공공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역할도 여기까지여야 한다. 자본규제와 보증체계를 조정해 정상 사업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것은 정책 영역이다. 그러나 특정 사업장이나 일정 규모의 PF 취급을 사실상 요구하기 시작하면 은행의 신용평가 기능이 흔들리고 향후 부실의 책임도 불분명해진다.

5대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실수요자와 주택공급 금융은 확대해야 한다. 통화정책으로 경제 전체의 돈값을 높이면서 금융정책으로 필요한 부문에 신용을 공급하는 조합 자체가 모순은 아니다.

관건은 선별이다. 금리가 낮을 때 사업성이 있던 PF가 금리 3%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 47조8000억원+α라는 지원 규모보다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느냐가 중요하다.

27일 한은은 돈의 가격을 올렸고 28일 금융위는 주택공급의 돈길을 넓혀달라고 했다. 두 정책 사이에 놓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역할은 분명하다. 필요한 곳에는 자금을 공급하되 사업성 판단만큼은 정책이 대신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선이 무너지면 공급금융 확대가 향후 PF 부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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