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 ‘한·일 FTA’ 총대 멘 이유?

기업분석 / 양지욱 기자 / 2024-05-30 12:59:10
“한일 간 관세 철폐 시, 양국 모두 실질 GDP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다”
대한 상의, SK그룹 “ ‘한일 간 완전 자유무역화’ 공식 입장 아니다”
▲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최태원 SK회장이 마침내 ‘한일 양국 간 완전 자유무역화(FTA)’라는 화두를 꺼냈다.

대 일본 만년 무역 적자와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양국 관계 속에서 한일 간 ‘완전 자유무역화’는 민감한 이슈다. 

 

한일 FTA 논의는 국가간 정부 차원에서 심도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민간 경제 기구의 수장이면서 재벌 오너인 최 회장이 한일 완전 자유무역을 공론화한 것에 대한상공회의소와 SK그룹 측은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최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한일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자유무역화를 시행할 경우, 양국 모두 실질 GDP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작년 12월 ‘최종현 학술원’이 주최한 ‘2023 환태평양 대화’ 국제 포럼 기조연설에서는 ‘한국-일본 주도의 제4 경제블록 창설’을 제안했다. 이날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문제와 인구 감소, 낮은 경제성장률과 같은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협력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굴욕적 외교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 정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계에서는 윤 정부의 일본 친화 정책 싸인을 최 회장이 수용해 먼저 운을 띄운 게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 회장이 노소영 관장과의 수조 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이라는 법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난 부산엑스포 활동처럼 현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행보를 보여 주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임된 이후 한일 양국간 경제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작년 6월에 부산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공회의소가 모여서 (관세 폐지와 자유무역)회의를 하고,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 산업 전반에서 생산량 증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아주통상팀’에서 한일 양국간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특정 조건에서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회장의 기조연설이 대한상공회의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행사의 기조연설은 주최 측인 한일경제협회에서 최 회장을 SK그룹 회장 자격으로 초대해 참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SK그룹은 “최 회장이 그룹 회장 자격으로 ‘관세 폐지, 한일 완전 자유무역’를 강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세한 것은 대한상공회의소에 확인해달라”며 한일 자유무역화 논란이 그룹 쪽까지 옮겨 갈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최 회장이 제안한 한일 간 경제블록화나, 경제통합은 단기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론 ‘경제동맹’까지 나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관세 행정에 따르면 경제통합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동맹->완전경제통합으로 구분된다.

최 회장이 강조한 ‘한일 간 경제블록’은 ‘한일 간 경제동맹’ 단계를 일컫는다. ‘경제동맹’ 단계는 회원국간 금융, 재정정책, 사회복지 등 모든 경제정책을 상호 조정하여 공동의 정책 수행하는 걸 뜻한다.

한국-일본간 FTA 실무협의는 2003년부터 본격 시작됐지만 2011년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방위백서 발간,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 등 연이은 ‘독도 도발’에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2012년 6월 이후 한일 FTA 협상은 멈춘 상태다. 그만큼 한일 FTA는 과거사, 영토 문제 와도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의 대 일본 무역 수지 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30일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일 무역’은 협회가 통계를 작성한 198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200~3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부분에서도 지난해 연간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약 700만 명에 달했지만, 한국을 여행지로 택한 일본인은 250만 명에 불과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산 제품을 사지도 않으며, 한국 여행도 우리가 일본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기울어진 무역 관계 속에서, 21년 만에 4대 그룹의 총수가 한·일 경제협동을 강조하며 관세 폐지 자유무역협상(FTA)을 언급한 것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최 회장이 ‘관세 폐지 완전자유무역화’라는 어젠다를 띄웠지만, 한일 FTA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참패 이후 국정지지도는 바닥이며, 그 결과 국정 수행 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의 정책이 열매로 맺어질지는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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