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등 20% 상승...농산물 15.7%↑, 고공비행 계속
체감물가 급등에 서민부담 가중...내년엔 하향안정 기대
통화당국의 고강도 긴축유지와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노력에도 불구,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중반의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물가상승률은 3.2%로 또다시 둔화되는 등 물가의 하향안정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3%를 넘는 고물가가 2년 째 계속되며 소비가 위축되는 등 정부의 경제운용에 발목을 잡았다.
4분기들어 물가상승률은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농산물, 가공식품 등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서민들의 어깨는 무겁고, 삶은 팍팍하다.
| ▲공공요금과 농산물값 폭등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3.6%의 높은 수준을 유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자료=통계청제공> |
◇ 전기·가스·수도 물가 13년만의 최대폭 상승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2020년=100)로 작년보다 3.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3.6%의 물가상승률은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달 2주 동안 6명의 미션단을 파견, 기획재정부 등과 면담을 토대로 발간한 ‘2023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의 물가 전망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기재부가 작년말 경제정책방향회의서 밝힌 2023년 물가상승률 예상치(3.5%)와도 거의 부합한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지난해(5.1%)와 비교하면 1.5%포인트(p) 둔화된 것이지만, 2021년(2.5%)보다는 1.1%p 높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2016∼2018년 3년 연속 1%대를 유지했다. 2019년 0.4% 였다.
지난해 고물가의 주요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촉발된 국제 에너지류와 곡물가격 급등 탓이었다면, 올해는 공공 요금과 과실류 등 신선식품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올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물가는 전년 대비 20.0% 급등했다. 전체 물가보다 5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고물가가 절정에 달한 지난해(6.9%)와 비교해도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는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13년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서민 체감도가 높은 공공물가가 2년 연속 치솟은 것이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017년~2021년까지 5년 동안 2019년(1.5%)을 제외하곤 모두 1~2% 가량 하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택을 포함한 공공물가의 물가상승기여도는 0.86으로 지출목적별 12개 항목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공물가의 폭등이 없었다면 올해 소비자물가가 2%대로 낮아졌을 것이란 얘기다.
| ▲농산물가격 폭등하며 물가가 2년 연속 3%가 넘는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농산물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 신선식품지수 6.8% 상승...석유류 지난해 절반수준
농축수산물은 표면적으로는 3.1% 상승하며 전체 물가보다 0.5%p 낮게 나타났다. 2021년(8.7%)을 정점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가 올해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농산물(6.0%)과 수산물(5.4%)이 5% 이상 치솟았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이 이어지며 작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10월과 11월(14.7%), 12월(15.7%)까지 석 달 연속 두 자릿수대로 올랐다.
과실류는 더욱 심각했다. '금사과'로 불리며 파동이 계속되고 있는 사과(24.2%)를 비롯해 귤(19.1%), 딸기(11.1%) 등 대부분의 과일이 작년 대비 상승률이 대폭 커졌다.
신선과실(9.7%) 가격이 크게 올라 신선식품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무려 3.2%p 높은 6.8%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를 포함, 모든 항목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올해 물가상승률을 3% 중반까지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은 석유류다. 지난해 20%대로 치솟았던 석유류 가격이 올해는 절반수준인 11.1% 떨어지며 물가상승률 둔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보다 4.0% 상승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4%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3.9%다. 생활물가는 2021년 3.2%, 지난해 6.0% 등 3년 연속 3%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서민들의 '장바구니물가' 부담이 3년 내내 지속됐다는 의미다.
|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12월 물가 소폭 둔화...농산물가격은 15.7% 급등
공공요금과 농산물가격 폭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어깨를 2년쨰 짓누르고 있는 고물가 행진은 내년도 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IMF가 내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4%로 보고 있고, 정부도 내년 하반기엔 2%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월 물가가 3% 초반으로 낮아진 것이 이를 어느정도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2월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2(2020=100)로 11월과 같은 3.2%였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0.1%p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탄 탓에 지난 8월 다시 3%대(3.4%)로 올라선 이후 9월 3.7%, 10월 3.8%, 11월 3.3%, 12월 3.2% 등 5개월 연속 고공행진이지만,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농산물 가격이 15.7% 상승하며 신선식품지수가 14.5% 오르며 2021년 4월(1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품목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올해 작황에 따라 2분기 이후 크게 하락할 여지가 충분하다.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실류는 수입과 정부 공급도 있지만 1년 뒤에 나오는(수확하는) 것이라 한두 달 안에 떨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3차 중동전쟁, 주요국의 원자재 무기화, 이상 기후, 긴축완화 등 물가상승 압력을 다시 높일 변수가 많다"면서도 "인플레 둔화가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이란 점에서 우리나라 물가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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