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의 사임을 수용하면서 대표팀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최종예선 3연전(레바논전, 우즈베키스탄전, 이란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당장 다음 달에 있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와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 물음표를 남겼다. 16강 진출은 고사하고 조 예선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최종 8차전에서 후반 15분 공격수 레자 구차네자드(스탕다르 리에주)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한국은 승점 14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4승2무2패로 이란(5승1무2패· 승점 16)에 이어 A조 2위에 올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브라질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위업을 이룬 한국이지만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공·수 조합 찾기 실패, 새로운 조합 찾아야
현재 한국 축구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력이 문제다. 이대로 월드컵 본선에 간다면 조 예선에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최강희 감독 체제 1년 6개월 동안 총 14번의 A매치를 치르면서 공격과 수비에 많은 실험을 했지만 여전히 조합 찾기에는 실패했다.
공격진의 경우 이동국(전북현대)-손흥민(함부르크), 이동국-김신욱(울산현대), 김신욱-손흥민 조합 등을 맞춰봤지만 큰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기는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이영표가 빠진 왼쪽 풀백에서부터 중앙수비수까지 고질적인 수비 불안과 세트피스에서의 수비 약점은 고스란히 골로 연결돼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주전 수비수 곽태휘(울산)와 호흡을 맞출 수비진으로 김영권(광저우), 김기희(알 사일리아), 정인환(전북) 등이 호흡을 맞췄지만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고, 포백 수비진이 자주 바뀌는 모습에 수비 불안은 더욱 커져갔다.
이제 대표팀은 한국 축구에 딱 맞는 공·수 조합을 찾아 새로운 선수를 발탁하거나 기존 선수들과 다른 조합을 맞춰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는데 힘써야한다. 지난 우즈벡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김신욱-손흥민 공격에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볼튼), 김보경(카디프시티) 등이 중앙 미드필더로 중심을 지키며 볼을 배급하는 형태로 조합을 맞춰보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동안 협회는 장기적인 전략 부재로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대표팀 운영에 있어 장기 비전 수립이 선행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력을 분석하고 조언해주며 주요 국제대회 상대국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대책 마련 등 기술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현재 협회는 재정비를 통해 기술교육국과 기술분과위원회를 분리해 전보다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함이 크다.
기술 파트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므로 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까지 남은 1년 동안 대표팀 지원에 힘써야 한다.

또 ‘손흥민 딜레마’를 빨리 극복해야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골을 터트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소속팀에서의 손흥민과 국가대표 손흥민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대표팀만 오면 부진하는 모습에 국가대표 손흥민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다. 최 감독의 잘못된 손흥민 활용법, 짧은 경기 출전 시간, 선수 개인의 능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두고 그를 괴롭혔다.
최 감독은 손흥민이 밀집수비를 쓰는 아시아국가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밀집 수비 위주의 팀을 접해보지 않았던 손흥민은 상대가 수비라인을 내렸을 때 빈 공간을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함부르크에서는 프리 롤에 가까운 역할로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든 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표팀과 소속팀 사이의 역할과 전술이 맞지 않아 혼란을 겪었다. 선수 개인의 좁은 시야, 부족한 골 결정력, 동료들과 녹아들지 못한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한 때 클럽과 대표팀에서 경기력에 차이를 보인다는 혹평을 받았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지난해 최다골(91골)을 작성하며 4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최근 들어서야 과테말라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해트트릭으로 A매치 득점을 35골로 늘리며 클럽과 대표팀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교체 요원으로 활약하던 손흥민도 최근에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는 교체로 투입돼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고, 최근 우즈벡전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풀타임을 뛰는 등 대표팀에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이 메시는 아니다. 실력 면에 있어서도 비교 자체가 무리일 수 있으나 하루 빨리 딜레마에서 벗어나 발군의 잠재력과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더십 부재···윤곽잡고 장기 플랜 돌입해야
현재 축구협회는 대표팀 차기 사령탑 인선 작업에 한창이다.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가운데 이제부터는 월드컵 본선 대비체제로 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표팀을 하나로 뭉칠 리더십 부재를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본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갈 길이 바쁘지만 새 감독이 부임하면 최대한 빨리 베스트11의 윤곽을 잡고 장기적인 플랜에 돌입해야 한다. 대표팀 명단에 변화가 오면 그 동안 쌓아온 조직력 와해가 우려되지만 바꿀 것은 모두 바꾸고 새 출발해야한다.
한국 축구의 강점은 선수들의 희생정신, 승리를 향한 투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다. 강점이 모두 사라진 지금의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뗀 대표팀은 최종 목표인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이번에 거두지 못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것이다.
◇한국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전적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011년 9월2일 1차전 한국 4-0 레바논(득점 박주영 3골, 지동원)
-2011년 9월7일 2차전 한국 1-1 쿠웨이트(득점 박주영)
-2011년 10월11일 3차전 한국 2-1 아랍에미리트(득점 박주영) *자책골
-2011년 11월11일 4차전 한국 2-0 아랍에미리트(득점 이근호, 박주영)
-2011년 11월15일 5차전 한국 1-2 레바논(득점 구자철)
-2012년 2월29일 6차전 한국 2-0 쿠웨이트(득점 이동국, 이근호)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2012년 6월 9일 1차전 한국 4-1 카타르(득점 이근호 2골, 곽태휘, 김신욱)
-2012년 6월12일 2차전 한국 3-0 레바논(득점 김보경, 구자철) *자책골
-2012년 9월11일 3차전 한국 2-2 우즈베키스탄(득점 이동국, 곽태휘)
-2012년 10월17일 4차전 한국 0-1 이란
-2013년 3월26일 5차전 한국 2-1카타르(득점 이근호, 손흥민)
-2013년 6월5일 6차전 한국 1-1레바논(득점 김치우)
-2013년 6월11일 7차전 한국 1-0 우즈베키스탄 *자책골
-2013년 6월18일 8차전 한국 0-1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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