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협, 투쟁이냐 협상이냐

문화라이프 / 김종현 / 2014-03-17 10:21:21

[토요경제=김종현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대대적인 집단 휴진이 실시된 지난 10일, 우려했던 전국의 의료대란은 일단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병의원 휴진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보건소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휴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휴진 병의원, 전체의 약21%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개원의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의료계의 반발은 총파업 투쟁과 관련한 전 회원 투표에서 시도의사회에 등록기준 69.88%,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록 의사 수 기준 53.87%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투표자 중 76.69%가 집단 휴진에 찬성하며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의협은 3월 10일에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휴진이 진행된 지난 10일, 경기도를 비롯해 충북, 광주, 전남, 경남, 부산, 강원, 울산 등 8개 시도가 휴진 참가율을 집계한 결과 이날 문을 닫은 병의원은 전체의 약21% 정도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들은 의협의 집단 휴진 예고 이후 병의원에 미리 진료명령서를 보냈으며, 이에 대해 수령을 거부했거나, 휴진을 예고했던 병원을 휴진 참가 예상 병의원으로 집계했다.


전공의들의 휴진 동참 선언으로 집단 휴진의 파급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여파 역시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상당수가 휴진에 참가한 병원에서도 실질적인 진료는 대부분 교수들이 맡고 있는데다가, 대체 의료진도 투입하고 있어, 의료 공백의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서울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등 현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고, 건강보험제도의 저수가 문제 등 이번 집단 휴진의 배경을 설명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정부 “집단휴진에 동의하지 않을 것”


의협이 예고대로 집단 휴진에 돌입하자, 정부 역시 예고한대로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정부는 의협의 집단 휴진 돌입에 발맞춰 곧바로 업무개시 명령과 함께 의료법을 근거로 공권력 행사에 나설 것 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미 “집단 휴진은 정부와 의료계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들의 기대에 반하는 결과로서 국민들이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바 있으며, 의협이 집단 휴진을 발표하자 집단 휴진에 나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관련한 휴업당시 의협이 회원들에게 휴업 참여를 강요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의협의 집단 휴업 결정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의협을 압박했다.


여야, ‘집단휴진’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


여야는 지난 11일 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정부는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강권, 생명권을 위협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모든 책임은 의협이 감담해야 한다”며 “대화로서 현명히 대처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복지위 소속 김현숙 의원도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한 휴진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에서의 원격 의료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사업들은 동네 의료에 한정돼 있기에 중소병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건강특위가 설치돼 있는 만큼 그 안에서 폭넓게 논의 진행하고 있다”며 “건강 특위 틀 안에서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기에 의협에서 파업을 철회하고 복지부와 새누리당과 논의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용익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은 이번에도 귀 기울일 생각이 없었다”며 “의사들에게 형사고발, 수사, 비뚤어진 이기주의, 암덩어리 같은 무시무시한 용어를 써가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일은 무조건 나쁜 일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인 정권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고 잘못된 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강경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줄 것을 정부 여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의협의 이야기를 듣고 더이상의 파업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도 의사들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즉각 대화에 나설 것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협 대화 국면 형성되나


정부는 지난 12일 담화문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압박하면서도 향후 의협과 협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의협과 갈등을 빚고 있는 원격진료와 관련 “의협에서 걱정하는 사안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났다.


정부는 당초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되면 법제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보완하자는 입장이었고 의협은 관련법 개정 이전에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또 정 총리는 의사들이 요구한 건강보험제도 개선(의료수가 등)에 대해서도 “의료계 발전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 개선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의협도 이 같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직 공식 대화채널을 구성하지 않았지만 양측은 1차 휴진 이후 물밑대화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정부가 진일보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일 총파업에 이어 전면 총파업이 강행되는 것에 의사들이 윤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 측에서 한 발 물러선 만큼 의협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다”라고 하였다. 의협은 17일까지 투쟁보다 대화와 협상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으로 임하고 만약 정부와 합의할 경우 총투표를 실시해 2차 휴진 예정일인 24일 이전에 철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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