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만에 개정된 ‘반성폭력학생회칙’ 열띈 논쟁
피해자의 ‘감정’ 아닌 ‘상황’ 기준이 우선 돼야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지난 2011년 3월에 있었던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일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이 같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가 성폭력 회칙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당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여대생이 자신의 앞에서 줄담배를 피운 남성을 성폭력으로 학생회에 고발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와 관련,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었던 유시민 전 장관의 장녀 유수진 씨는 “줄담배를 피운 일을 성폭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을 펼쳤다. 이에 대해 유 씨는 2차 가해자라는 비판을 받게 됐고, 결국 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11년 만에 성폭력 사건처리를 위한 절차와 방법이 담긴 ‘반성폭력학생회칙(학생회칙)’을 개정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폐기하고 성폭력 범위를 축소하는 학생회칙 개정을 단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유수진 씨는 “담배녀 사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칙을 개정한 것인데, 개정안보다 담배녀 사건만 조명되고 있다”며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대중성을 위해 성폭력 범위를 축소한 것처럼만 보도돼 아쉽다”고 밝혔다.
서울대 담배녀 사건은 여학생인 L 씨가 줄담배를 피우며 이별을 통보하던 남자친구 J 씨를 성폭력으로 고발한 것을 말한다. L 씨는 J 씨가 줄담배로 남성성을 과시하며 자신을 위축시켰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어디까지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고,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유 씨는 “성폭력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남성을 옹호하며 여성을 비하한 2차 가해자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결국 유 씨는 우울증과 함께 사퇴라는 결과를 얻게 됐다.
지난 4월에 당선된 이동우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담배녀 사건이 있은 뒤 회칙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이 씨는 학생회장이 되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유 씨에게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겼다. 그런 뒤 여러 의견을 수렴해 지난달 개정안을 확정했다.
유 씨는 “소수 엘리트들이 불편하면 성폭력이 되는 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민주적인 토론 등의 절차를 거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지를 함께 결정하고 참여해야 한다”며 “성폭력은 공동체의 신뢰에 대한 문제다. 소수의 성폭력대책위가 맡던 기존의 성폭력 대응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서는 기존에 모호 했던 ‘성적이거나 성차에 기반을 둔 행위’라고 규정됐던 성폭력의 개념을 ‘상대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 언동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로 구체화했다. 또 피해자의 요구만 우선시 되는 피해자 중심주의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피해자의 ‘감정’이 아닌 ‘상황’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유 씨는 “이를 두고 성폭력 범위 축소, 대중성 강화라고만 하는 것은 악의적인 축소다. 대중이 싫어해서 개정한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며 “현재의 피해자 중심주의도 사회통념적인 측면에서 왜곡된 점이 있기 때문에 이에 변화를 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사건 당시 성폭력대책위에서 회칙을 근거 삼아 대책위 일부 사람들이 비공개 하에 유 씨를 2차 가해자로 내몰았다. 이 때 회칙에 허점이 있다고 봐서 개정하게 됐다”며 “성폭력 개념을 보다 더 객관화시키고 기존의 획일적인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공동체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도입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담배녀 사건으로 강유미 개그 인기
서울대 담배녀 사건이 주목 받는 것과 동시에 과거 개그 프로그램이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담배녀 사건을 패러디한 개그 프로그램이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개그 프로그램은 tvN의 ‘코미디 빅리그’로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강유미가 담배녀를 패러디했다.
강유미는 당시 방송을 통해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귤껍질을 까먹었다는 이유로 고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본인은 “귤을 껍질째 먹는다”며 직접 귤을 통째로 먹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과 관련, 한 20대 직장인은 “어디까지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흑백논리로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피해를 입어도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애매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2차 가해자라는 비판을 받고 우울증에 걸려 학생회장에서 사퇴 했던 유수진 씨가 너무 안 됐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얘기할 수 없고, 설사 얘기하더라도 심한 비판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사태는 문제가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패러디물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못 봤던 부분인데, 지금의 사태와 맞물려 더 웃기게 봤다”, “작가가 누구인지 센스 있다”, “재미있긴 하지만 그냥 웃고만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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