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인, 문화평론가, 논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정작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 규정하면서 “미학자로서 좋은 책을 내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 말하는 진중권. 그의 미학 에세이 두 권이 복간됐다. 2003년 출간돼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아온 『현대미학 강의』(아트북스 출간)와 『앙겔루스 노부스』(아웃사이더 출간)의 개정판으로 두 권 모두 도판을 보강하고 초판의 오류를 잡았으며, 『현대미학 강의』의 경우 흑백 사진을 컬러로 바꾸어 가독성을 높였다. 진중권의 가장 대중적인 저서 『미학 오디세이』가 주로 근대미학의 관점에서 미학 읽기를 시도했다면, 이 두 권의 책은 탈근대의 관점으로 미학 읽기를 시도한다. 또한 ‘에세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은 “전문적 독해와 대중적 오락의 두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왜 탈근대 사상을 통한 미학 읽기인가. 탈근대적 관점은 근대의 비판을 통해 오늘날 철학이 서 있는 위치를 분명하게 해주고, ‘근대철학’이 의식하지 못한 전제와 한계에 눈뜨게 한다. 이런 가능성에 주목해 진중권은 『현대미학 강의』에는 베냐민에서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자 여덟 명의 이론을 조망하며 ‘현대미학의 흐름’을 담았고, 『앙겔루스 노부스』에는 고전미학이 놓치거나 배제했던 가치를 되살리는 가운데 ‘미학을 통한 삶의 지향’을 살핀다. 앞 책에는 근대미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철학자들의 도전이 펼쳐지고, 뒤 책에는 기존 문헌의 재해석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 것이다. 거친 구분이 허용된다면 『현대미학 강의』는 현대 미학사를 다룬 총론이자 토대요, 『앙겔루스 노부스』는 각론이자 상부구조라 할 만하다.
하지만 두 권의 에세이를 통해 지은이가 일관되게 주목하는 것은 ‘숭고’와 ‘시뮐라크르’라는 현대예술을 읽는 두 가지 개념이고, 일관되게 모색하는 것은 미학이 단지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인 ‘존재미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다. 여기서 ‘존재미학’이란 단순한 이론으로서의 미학을 넘어 인간이 창조자가 되어 자기 앞의 생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윤리학, 사회학이 결합된 차원을 뜻한다. 예술이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인간 존재를 아름답게 형상화하는 데 필요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에는 현대미학의 흥미로운 흐름과 학문의 다양한 입장이 안고 있는 정치적 함의까지도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철학과 미술을 넘나들며 난해한 현대철학과 이를 통한 미술작품의 해석, 그 해석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미덕을 갖추었다.
『미학 오디세이』 이후의 미학사가 궁금한 독자라면 현대미학의 수수께끼 풀어가는 진중권의 철학 기행에 함께해보자. 탈근대적 관점에 근거한 철학 개념을 통해 현대의 예술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기여할 예술을 모색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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