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이뤄져온 비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연루된 인원도 수십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시험문제 출제 기관 직원까지 개입되면서 비단 농어촌공사만의 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사의 방향도 점차 넓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출제 기관 직원 비리 가담
충남지방경찰청이 지난 17일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해 응시자에 돈을 받고 건넨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차장 윤 모(52)씨와 세종·대전·금산지사의 또 다른 윤(51)씨 등 2명을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경찰은 19일 시험출제기관의 전 직원 엄모(56)씨에 대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엄 씨는 한국생산성본부 산하 시험출제전문기관인 사회능력개발원 직원으로 구속된 농어촌공사 윤 모(52)씨에게 시험문제를 넘겨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엄 씨는 지난 2월 퇴사했다. 엄 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은 대전지검 홍성지원에서 열려 이날 오후께 구속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2008·2010·2011년 농어촌공사의 3급 승진시험과 5급 일반직 전환 시험을 앞두고 시험문제 출제기관에서 미리 문제를 넘겨받은 뒤 응시자들에게 1000만~2000만원씩 받고 문제를 건넨 혐의(업무방해 등)로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윤 모(52·3급)씨와 세종·대전·금산지사 윤 모(53·3급)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2008년 이전에도 같은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공소시효(7년)가 남은 행위만을 일단 수사 대상으로 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 등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두 해를 빼고 모두 시험문제 출제를 맡은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의 엄 씨한테서 사전에 시험문제를 넘겨받았다.
이후 이들은 응시자들에게 접근해 1명당 1000만~2000만원을 받고 시험문제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이들한테 돈을 주고 시험을 치른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충남·충북·대전은 물론 영호남까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3급 승진시험의 경우 농어촌공사 내부에서 ‘고시 승진’이라고 부를 정도 경쟁률이 10 대 1이 넘을 만큼 치열하다. 5급 일반직 전환 시험은 6급 이하 기능직·계약직 직원들이 상위 직급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3급 승진시험 문제는 2개 과목(전공·법규)에 객관식 80문항이며, 일반직 전환 시험은 전공 1과목 40문항이다.
◇‘농어촌공사만의 비리?’
경찰은 구속된 엄 씨와 압수수색물 분석 등을 통해 10여 년간 사전에 시험문제가 유출돼 수험생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회능력개발원이 절반 이상 출제를 위탁받아 시행했고 이때 비리가 집중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엄 씨가 윤 씨의 문제유출에 대부분 함께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어촌공사 비리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 2명이 구속되고 1명이 불구속된 상태지만 시험출제기관 관계자에 대한 영장신청은 이번 엄 씨가 처음으로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경찰 수사에 탄력이 예상된다.
특히 문제를 출제한 개발원 센터장 엄 씨가 문제유출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농어촌공사 승진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다른 공공기관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엄 씨가 몸담고 있는 개발원이 농어촌공사 외에도 다수 공사의 승진시험 문제 등을 위탁받아 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어촌공사 말고 다른 공공기관에도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경찰도 엄 씨를 통해 시험출제 위원과 위탁기관과의 조직적 유착 고리에 대해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시험문제를 유출해 응시자에 건넨 윤 씨 등은 구속됐지만 일부 부정응시자에 대해 신청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증거 보강 등 신중하게 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발원 센터장 외에 다른 직원이 연루됐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문제 유출이 이뤄진 정황과 문제를 받아 시험을 치른 농어촌공사 직원들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승진시험 비리가 드러난 농어촌 공사는 직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농어촌공사는 사건이 확대되자 지난 18일 설명 자료를 통해 “관련 직원에게 경찰출석을 권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충남지방경찰청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곧바로 한편 농어촌공사는 출제기관 담당자인 엄 씨로부터 시험지를 사전에 입수하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출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윤 모 씨 등 두 명을 19일자로 직위해제했으며 경찰에서 범죄혐의에 대한 통보가 오는 대로 중징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날 농어촌공사는 3급직 승진시험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시험지와 답안을 사전에 유출한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전 리크루트센터장 엄모 씨를 업무방해혐의로 19일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농어촌공사는 또 관련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엄 씨와 엄 씨가 근무했던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을 상대로 사용자 책임을 물어 손해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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