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박진호 기자] 20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펼쳐진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청주 KB스타즈의 우리은행 2013-14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은 40분 내내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로 이어졌다. 변연하의 마지막 회심의 3점슛이 림을 맞고 나오며 신한은행이 3점차의 승리를 가져가긴 했지만 두 팀 중 어느 팀이 웃었어도 이상할 것 없었던 팽팽하고 멋진 경기였다.
승부는 리바운드가 갈랐다
시즌 중 KB스타즈는 20.03개의 수비리바운드와 9.51개의 공격리바운드로 두 부분 모두 WKBL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수비리바운드 21.06개로 5위에 머물렀던 신한은행은 공격리바운드는 11.74개로 6개구단 중 1위였다.
이러한 차이는 맞대결에서 확연이 나타났다. 시즌 7차례의 맞대결에서 KB스타즈는 자신들의 평균과 비슷한 30.2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반면, 신한은행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36.7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특히 공격리바운는 매 경기 14개 이상을 걷어냈다.
정규리그 7번의 대결 중 1쿼터를 6번 앞섰고, 전반을 5번 앞섰던 KB스타즈는 이날도 초반, 근소한 리드를 지켜나갔다. 믿었던 3점슛이 단 한개도 터지지 않았지만 리바운드에서 오히려 19-15로 신한은행을 앞섰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12개나 잡아냈던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전반을 37-33으로 앞섰던 KB스타즈는 3쿼터에 60-56으로 경기를 뒤집하고 말았다. 가장 큰 차이는 리바운드였다. KB스타즈는 3쿼터에 단 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데 그쳤지만 신한은행은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이중 공격리바운드가 6개였다.
마지막 4쿼터에서 양 팀의 리바운드 싸움은 다시 대등해졌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 비어드와 김단비가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를 연이어 잡아낸 신한은행이 결국 3점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양 팀 감독 역시 KB스타즈가 앞섰던 전반의 흐름과 신한은행의 후반 역전의 원동력을 리바운드에서 찾았다.
KB스타즈가 후반 들어 리바운드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친 것은 하은주가 투입된 후 맨투맨 수비에서 신한은행을 감당하지 못하며 특유의 존 디펜스를 가져가면서 나타난 문제점이기도 했다.
맨투맨 수비에서 신한은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KB스타즈는 존 디펜스로 상대의 공격에 적절히 맞섰지만, 상대적으로 존 디펜스의 약점인 골밑 지역의 리바운드 공간을 상대에게 허용했다.
KB스타즈 역시 전반 12개, 후반 7개등 19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숫자에서는 오히려 신한은행보다 2개를 앞섰고, 전체 리바운드에서도 신한은행에 34-33으로 1개 밖에 뒤지지 않는 등 리바운드가 문제라는 약점을 불식시키는 투지를 보였지만 결국 후반에 허용한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
3쿼터, KB스타즈에게는 아쉬웠던 순간들
4점차로 전반을 앞선 채 마쳤던 KB스타즈는 3쿼터에서 신한은행에게 27-19로 밀리며 역전을 허용했다. 리바운드의 열세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3쿼터에 나타난 몇가지 상황적인 변수도 하필이면 KB스타즈에게 불리하게 작용을 했다.
우선은 심판의 콜이었다.
일단, 시즌 내내 여러 구단들의 불만으로 제기됐던 심판의 판정은 이날 경기에서는 큰 무리 없이 무난하게 이어졌다. 다만 전반 내내 전체적인 몸싸움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던 휘슬이 3쿼터 초반 민감하게 불려진 부분은 있었다. 이 부분은 신한은행과 KB스타즈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신한은행보다는 KB스타즈에게 독이 됐다.
KB스타즈는 골 밑에서 정미란이 전반과는 다소 다른 기준에 의해 이른 시간에 3번째 파울을 범하게 되며 하은주를 막는데 적극적으로 임할 수 없게 됐고, 홍아란 역시 이른 시간에 파울 트러블로 벤치로 나가게 됐다. 특히 정미란이 하은주를 적극적으로 막기 힘들게 되었던 부분은 하은주로 인해 직접적인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와 오픈 찬스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신한은행의 작전을 주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마지막 김연주의 버저비터도 아쉬웠다. 3쿼터 종료를 남기고 1점차로 따라붙은 KB스타즈는 마지막 공격에 나선 신한은행을 철저히 막아냈다. 그러나 0.5초를 남기고 공격권을 다시 잡은 신한은행은 최윤아의 패스를 통해 김연주가 3점슛을 성공시키며 60-56으로 3쿼터를 마쳤다. 최윤아의 패스를 받은 김연주가 잡자마자 시도한 슛이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며 막판 신한은행이 기세를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은 계시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연주의 슛은 분명히 버저가 울리기 전에 김연주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문제는 계시 자체가 김연주가 공을 받는 순간에 제대로 시작됐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김연주는 최윤아의 패스를 점프해서 받은 후 바로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슛까지 이어진 이 모든 동작이 소요되는데 0.5초가 걸리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농구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결국 계시원이 김연주가 공을 잡는 순간에 정확히 계시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KBS N 스포츠의 손대범 해설 위원은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은 볼을 잡은 순간부터 백보드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손에서 공이 떠났는지 여부만 판단한다. 비디오 판독 역시 이 부분에 의거했다. 때문에 이 부분을 심판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올 시즌 종종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이 보여졌던 WKBL의 계시타이밍에 대해서는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는 0.5초라는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슛을 성공시킨 김연주의 집중력을 칭찬할 수 밖에 없고, 외곽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김연주를 놓친 KB스타즈의 수비를 탓할 수 밖에 없다.
KB스타즈로서는 이 두 장면이 리바운드의 열세와 함께 3쿼터의 추를 기울게 만들었던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참으로 야박하지만, 이날 와동체육관의 3쿼터는 KB스타즈에게 너무나 불운했던 것이다.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은 시즌 막판 하은주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지만, 결과는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하은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항상 신한은행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또한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며 '끝판왕'으로 군림하던 하은주에게는 자존심의 상처와도 같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하은주는 1차전에서 단 5분을 뛰며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충분히 해냈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하은주는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로 바로 골밑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후 높이에 약점을 안고 있는 KB스타즈의 골밑을 공략해 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하은주에 대한 방어로 KB스타즈의 수비가 가운데로 몰리자 외곽의 오픈찬스가 열리기 시작했다.
KB스타즈 역시 전반내내 잠잠하던 3점이 3쿼터에 터졌지만, 신한은행 역시 3쿼터에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하은주로 인해 파생된 오픈 찬스에 의한 공격도 꾸준히 생겨났다.
김단비의 활약 역시 눈부셨다. 변연하를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초반부터 기회가 날 때마다 득점에도 가담을 한 김단비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하기 전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과감한 드라이브인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물오른 기량을 선보였고, KB스타즈가 33-27까지 달아났던 2쿼터 막판에는 먼 거리에서 기습적인 3점슛을 꽂아넣으며 추격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7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팀의 공격기회를 여러차례 다시 만들어 낸 활약은 단연 돋보였으며 4개의 블록슛과 2개의 스틸로 공수에서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11점까지 벌어졌던 점수가 3점차까지 좁혀진 종료 1분 전에도, 최윤아는 공격 제한 시간을 다 쓰며 돌파에 이은 뱅크슛을 성공시키며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어냈다. 득점은 단 5점에 그쳤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 자기 역할을 해주는 주장의 역할을 확실히 보여줬다. 김연주 역시 WKBL 최고의 식스맨 답게 적시에 터뜨린 3점슛 3방으로 신한은행의 승리를 도왔다.
시즌 내내 두번째 옵션의 외국인 선수 역할을 했던 비어드는 자신의 시즌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20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경기에서 패했지만 KB스타즈 역시 믿었던 커리-변연하 라인의 위력은 충분히 증명이 됐다. 다혈질의 우려를 떨친 커리는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더블더블(29득점 13리바운드)을 기록했으며, 3쿼터까지 7득점에 막혔던 변연하는 4쿼터에만 10점을 집중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경험 부족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홍아란 역시 파울 트러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유의 집중력 높은 수비를 바탕으로 단 한 개의 실수도 없이 처음 선발로 나선 플레이오프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펼쳤고, 신장의 열세로 심성영 대신 투입된 김채원도 지난 3시즌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과 다를 2차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치열한 승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폭발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카드는 남아있다.
스트릭렌은 커리를 막는 과정에서 2쿼터에만 3개의 파울을 범하며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올 시즌 커리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WNBA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커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견주기에는 확실히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신한은행과의 시즌 7경기에서 평균 22점을 득점했던 스트릭렌의 부진은 비어드가 충분히 상쇄해줬다. 하지만 결국 주득점원이 살아줘야 한다는 점에서 스트릭렌의 각정은 신한은행에게 반드시 필요한 점이다.
KB스타즈는 팀 특유의 폭발적인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올 시즌 3점 성공률 1위 팀인 KB스타즈는 시즌 중에 총 265개의 3점을 성공시킨 팀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3점슛 15개를 시도해 단 3개만을 성공시켰다.
신한은행이 시즌 평균에 근접했던 반면, KB스타즈는 15% 가까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3점슛 시도 조차도 절반이 변연하에게 몰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3점슛 성공률이 무려 44%에 이르는 정미란의 3점도 모두 무위에 그쳤다. 전방위로 폭발할 때 더욱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KB스타즈의 외곽이 1차전의 부진을 씻고, 최강화력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도 주목이 된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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