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경쟁’ 해외는 ‘협력’… 한화오션·HD현대重의 ‘이중 트랙’ 전략

항공·해운 / 이강민 기자 / 2025-08-22 08:15:35
7조8000억 규모 차기구축함 사업, 수의계약 vs 경쟁입찰로 갈린 입장차
K-해양방산 원팀, 캐나다 33조 잠수함 사업, KSS-III 기술 앞세운 공동 제안서 제출
▲ 한화오션 장보고-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한국 해양방산 업계의 두 기업이 독특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해외에서는 손잡고 협력하는 ‘이중 트랙’ 전략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을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이는 한편, 수출시장에서는 ‘원팀’을 구성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KDDX, 다시 본격화된 정면승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 재결정이 예고되면서 양사의 경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국방부는 기술자문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이달 2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여는 일정까지 검토하고 있고, 자문위에서는 KDDX에 반영된 기술이 현대전에 적합한지를 두고 이상 없다는 취지로 의견을 모았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주관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막판 분수령을 맞은 셈이다.

변수는 조달 방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직원의 군사기밀법 위반 사건으로 올해 11월까지 국가사업 입찰에서 1.8점 감점을 받는 탓에 수의계약을 선호하고, 한화오션은 공정성을 이유로 경쟁입찰을 주장한다. 실제로 2023년 울산급 배치-Ⅲ 5·6번함에서는 제안서 평가는 HD현대가 앞섰지만 감점이 반영되며 한화오션이 0.1422점 차로 따낸 전례가 있었다.

설계 이력도 이번 결정의 무게를 키운다. 2012년 개념설계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후속 상세설계·초도함을 누가 쥐느냐가 향후 레퍼런스를 좌우할 전망이다.
 

▲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해외에서는 ‘원팀’…역할 분담으로 파이 키우기

국내의 경쟁과 달리 해외 수출전선에서는 협력이 체질화됐다. 방위사업청 중재로 체결된 ‘원팀’ MOU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수중함을 주관하고 상대 분야를 지원하는 역할 분담 체계를 도입했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160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미 해군 함정 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전환에는 과열 경쟁의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호주·폴란드에서의 동시 경쟁과 잡음 이후, 정부는 양 사 모두를 구축함 건조 가능 업체로 판단하는 ‘방산업체 지정’을 공표하며 수출 ‘원팀’ 추진의 기반을 마련했다.

북미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된 협력은 캐나다 잠수함(CPSP) 프로젝트다. 약 33조원 규모의 이 사업에서 양사는 3월 초 연방정부에 공동 제안서를 제출했고, 캐나다가 추진 중인 3,000t급 잠수함 8~12척 도입 계획에 맞춰 2035년까지 4척 공급, 현지 정비시설 건설과 고용 창출을 포함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KSS-III로 축적한 3000t급 건조 기술 보유를 내세운 점도 특징이다.

폴란드 잠수함(오르카) 사업에서는 더욱 정교한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초반 각자 뛰던 구도에서 한화오션이 주계약자, HD현대중공업이 지원자로 나서는 단일팀으로 재편됐고, 첫 번째 함을 6년 안에 인도하고 이후 1년 간격으로 2033년까지 3척 모두 넘기겠다는 ‘조기 납품’ 카드를 내세웠다.

수주 이후의 지속 운용까지 아우르는 패키지도 제안됐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내 상설 MRO센터에 1억 달러 투자, PGZ 산하 나우타조선소 거점화 구상을 공개했고, EU의 ‘Buy European’ 기류에 대해서는 납기·현지화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무조건적인 경쟁은 비용과 리스크만 키우는 시대”라며 “국내에선 경쟁으로 혁신의 속도를 내고 해외에선 원팀으로 영업·생산을 단일화하는 이중 트랙이야말로 커진 시장에서 한국 해양방산의 체급을 한 단계 올릴 현실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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