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설계사 낀 보험사기 어떻게 막을까…금융당국 근절대책 현 주소
이달 들어 보험사 3곳 포함 GA 7곳 무더기 금감원 제재
보험사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의심‥감독내 실효성 높은 조치 필요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7-31 04:25:00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이달 들어 일부 손해보험사 및 GA대리점 등에서 보험설계사들의 부당행위로 인한 금감원 제재조치를 받은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제재 강화에도 설계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여전히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3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영업검사실은 지난 7일 1개 GA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연루 행위를 적발하고 임원 9명(문책경고 5, 주의 4)과 직원 5명(김봉)에 대해 업무정지 30일과 과태료 부과를 조치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손해보험사 3곳 소속 보험설계사와 GA대리점 5곳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입원이나 진료비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하는 등 모집행위 위반·보험료편취 등의 사기 행위로 영업정지 및 과태료 부과 조치를 받았다.
◇ KB손보 등 3곳 보험설계사, 입원확인서와 진료비 영수증 위조
이달 들어 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보험사를 비롯해 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기 행위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제재공시에서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적발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입원이나 진료비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KB손보 소속 설계사는 2017년 8월과 10월에 다른 사람과 공모해 ‘미추의 골절 등’ 상해를 입은 것처럼 위조한 진단서와 외래진료기록부를 제출, 보험사로부터 4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또 다른 KB손보 전 소속 설계사는 2019년 8월 운전 사고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소속 전 설계사도 2017년 10월 17~30일 기간 동안 입원 첫날 물리치료만 받고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광주 소재 병원에서 2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 받아 제출했다. 이 설계사는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 두 곳으로부터 보험금 143만원을 챙겼다.
한화손보 전 소속 설계사는 2018년 6월 11일부터 25일 기간 중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광주 소재 한방병원에서 입원확인서와 진료비 계산 영수증 등을 허위로 발급받아 제출했으며 보험사 3곳으로부터 보험금 376만원을 편취했다.
한화손보 또 다른 설계사는 치과 관련 기왕증이 있었지만 다른 보험설계사 A씨와 공모해 2018년 11월 9일 치아보험에 가입한 후, 면책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린 다음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사로부터 75만원의 보험금을 타갔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 3곳의 보험설계사 5명에 제재를 가해 90~180일간 새 보험 모집을 금지하도록 하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 GA대리점 보험설계사 보험사기 행위 심각
이달에 제재를 받은 GA대리점 중에서는 지난 7일 글로벌 금융판매, 12일에는 지에이코리아, 맥스인, 인카금융서비스, 글로벌금융판매, 유퍼스트보험마케팅, 에즈금융서비스 등 5곳이 보험료 편취를 하기 위해 보험계약자를 이용해 가짜 조작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대형 GA대리점으로 손꼽히는 인카금융서비스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 금감원 제재이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카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들은 지난 1월 설계사 자격이 없는 외부인을 통해 보험가입 계약 모집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모집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과태료 및 업무정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도 인카금융 소속 설계사가 본인이 모집한 보험계약 건을 타 보험대리점에 양도하며 대가를 챙긴 사건이 발생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 3곳의 보험설계사 5명은 90~180일간 신규보험 모집을 하지 못하도록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인카금융서비스 포함 GA보험대리점 7곳도 업무정지 180일 외 설계사 등록취소 조치를 내렸다.
인카금융은 그간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속 설계사들의 보험사기 행위는 올 하반기 IPO 도전을 노리고 있는 인카금융의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종사자의 보험사기 가담은 업계의 신뢰도와 직결된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대리점들도 설계사들의 불건전 영업행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제재 원인을 살펴보면 ▲설명 의무 위반, 계약자 자필서명 미이행 ▲허위 가공의 보험계약 모집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한 보험모집 ▲특별이익의 제공 금지 위반, 수수료 지급 등의 금지 위반 등 모두 중죄에 해당하는 보험사기로 분류된다.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보험계약 관련 이해관계가 얽힌 자는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단속강화에도 설계사 사기행위 증가…“감독규제 실효성 높여야”
이처럼 보험업계 사기행각은 금융당국의 단속강화 등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상반기 동안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4526억원, 보험사기 범죄자는 4만7417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적발된 보험 사기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손해보험 종목으로 10건 중 9건이 이와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강화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외에도 보험사기 유관기관 공조체계 구축과 보험사기 확정판결을 받은 보험설계사는 자동으로 등록취소가 되는 등의 제도개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론 보험사기로 벌금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검사·제재·청문 등의 절차 없이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간 금융당국이 ‘말 뿐인’ 제도정책을 해와서 잠재된 보험사기 행위들을 잡지 못한 것이라며 사태가 터진 후 뒤늦게서야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GA·보험사 간 내부통제 시스템 재정비와 회사 간 자구책으로 재발방지 대책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 제도개선 노력은 사태가 터진 후 처리수습에만 급급한 대책만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A팀에서 제도개선 대책을 내놓으면 얼마 후 사람이 바뀌고 B팀에서 다시 새로운 제도개선안을 내놓는 식의 일관성 없는 제도 남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른바 ‘땜빵’식에 그치는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태도부터 개선해야한다”면서 “그 다음으로는 현장 시스템 문제의 요인들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실효성이 높은 감독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에 관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감독강화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활동 중인 설계사들 중 문제가 있을 시 행정제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현장 검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금감원 감독 내 행정제재 가중 프로세스도 더 면밀하게 적용하는 방안들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