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은행 점포 축소 대안으로 떠오른 ‘공동점포’…실현 가능성 있을까
국회·정부, 취약계층 접근성 강화 위한 필요성 제시…금융당국 “제도화 검토 중”
은행권, 사후 관리·사고 위험·책임성 등 문제 들며 ‘시큰둥’…英獨 도입사례 눈길
일각서, “은행CD공동망업체와 결탁 또는 수수료삭감정책 대안도”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7-21 16:53:07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은행 점포 축소가 급속하게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공동점포’ 운영 및 상호금융권 위탁운영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모습이다.
공동점포는 유통업 쪽에서 먼저 시작됐다. 판매업자가 모여 공동으로 건설한 점포를 말한다. 소매단계에서는 점포의 근대화, 협엄화를 괴하고 최근의 소비자가 요구하는 one stop shopping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쇼핑센터나 백화점 등이 그 예로 볼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점포 축소 가속화 속에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과 농어촌 등 취약지역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점포’ 설립 또는 우체국·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에서의 창구업무 위탁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 및 정부, 국회 등에서 내부적으로 비공개 논의가 이뤄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때 취약계층 대상 은행공동점포 운영 방안 필요성을 먼저 언급했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근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더욱 의견에 힘이 실으면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유동수 의원실 관계자는 “전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은행 점포폐쇄 대안으로 공동점포설립을 주장해왔던 바, 현재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 내에서도 취약계층 접근성 강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유 의원은 현재 은행들의 지점 폐쇄가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마련한 관련 공동절차를 통해 시행되고 있어 공동점포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려움에 따라 시행령 안에 공동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공동점포 운영을 설립할 때 사후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나 관리, 내부통제 등 여러 가지 고려되는 문제들이 있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단시간에 이뤄질 문제는 아니라는 시선이다.
유 의원은 “현재는 은행들이 점포 운영하는 데 있어 수익성 문제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도 가능성을 높게 두고 현재 정부에서도 모색을 찾고 있기 때문에 은행과 협의만 잘하면 도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도 선진국처럼 은행이 공동지점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은행들이 기업의 마인드가 아닌 공공기관으로써 사회공헌 역할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하면 공동지점 설립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은행은 민간기업이기 전에 공공기관이라는 특수성도 가미되어 있다”며 “점포를 줄이는 것은 현 디지털 시대에 어쩔 수 없지만, 점포를 줄이되 그 대안으로 공동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은행간 영업점 공동운영과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방 확대 방안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해 8월 금융소비자의 현금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ATM을 시범운영했으나 확대 계획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비대면·디지털화 시대에 은행권 지점 정리기조가 강화되자, 금융권 지점 합리화 도모방안으로 작년 7월 사전영향평가제도를 도입·모범규준 등을 마련해 점포 축소 속도 조절을 시도했지만, 시중은행의 통·폐합은 오히려 가속화 됐다.
현재 은행 공동점포설립 점포폐쇄 대안을 두고 금융당국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은행권과 지점 합리화 도모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사후관리의 어려움, 내부통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어 대안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기존 소비자 보호 측면의 방안을 순차적으로 처리 중에 있기 때문에 당장 도입을 추진는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공동점포운영을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선 은행들이 그다지 매력이 없다고 보고 있어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강화의 취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비용을 비롯해 운영관리 등 방대하게 고려돼야 하는 문제들로 인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ATM기기를 확대설치하거나 디지털 점포로 전환하는 등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다”면서 “공동점포 설립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사후관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그림이 없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CD공동망 업체를 통해 은행권과 협의를 통한 공동점포 운영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CD공동망은 일종의 은행 간 현금거래를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밖에도 지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수수료를 삭감하는 체재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결국 상업적 논리로 접근해 점포를 축소해 없앨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점포를 철수하는 시점에서 단독으로 공동운영 설립에 대해선 반대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우진 연구위은 “차라리 은행공동전산망을 이용한다던지 CD공동망 업체와 협의를 통한 공백지역(소외된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방법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형국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은행들의 수수료체계는 사실 독과점체제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가장 간편한 대안으로 수수료 받는 것을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동점포 운영 등의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바클레이스, 로이드 등 대형 은행 3사는 2019년 3월 합의를 체결하고 6개 지역에서 ‘비즈니스 뱅킹 허브’라는 이름의 공동점포 운영을 시작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2007년 1만1365개이던 은행 점포 수가 2017년 7207개로 10년 새 37%나 없어져 중소기업과 인터넷 뱅킹 취약층이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이들 은행에 협업을 촉구했다.
독일에서도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폴크스방크와 타우누스 슈파르카세가 공동점포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아시아 권에서서는 일본이 지방은행인 지바은행, 무사시노은행, 다이시은행 등이 영업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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