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금융권에 부는 ‘옴부즈맨’ 유행…실효성은 “글쎄?”
금융위·금감원 각각 따로 운영…‘업무 중복성’ 지적 불구 개선 안돼
신한·우리금융도 소비자보호 및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도입 시도
일각서 “소비자 접근성 떨어져‥접수로 끝나지 말고 사후 책임져야”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6-20 01:00:00
[토요경제= 문혜원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감시자 역할로 만든 옴브즈만 제도에 대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민간 금융사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구책으로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를 놓고 ‘형식에 불과한 제도 난립’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의 옴부즈맨제도는 한 몸이 아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각각의 운영방식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활동사항이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어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정례화하고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한 금융 시스템을 반영하고 소비자 불편 사항의 의견을 듣고자 만든 소비자보호자문기구로서 옴브즈만 제도가 사실상 크게 소비자 문제 해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옴부즈만 제도(ombudsman system)란 행정권의 남용이나 부당행위로 국민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을 때 그것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제도화한 행정통제의 수단을 말한다.
◇ 금융권 ‘옴부즈만 제도’ 실질적인 효과 있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처음 취지의 ‘옴부즈만제도’와 무색하게 지금의 금융권 옴부즈만제도는 해외에서 이름만 빌려온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금융당국은 제3자의 시각으로 불합리한 규제 등을 시정·개선 권고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었다.
‘옴부즈만 제도’는 금감원이 먼저 2009년 처음 시작했으며, 금융위는 이후 2016년에 출범시켰다.
금융위의 옴부즈만 제도는 법령이나 정책차원에서 접근해 금융사 불편·민원 개선 등 금융소비자 보호 목적이 크다. 금감원 옴부즈만제도는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충민원 등을 제3자 입장에서 조사·처리하고 감독자문을 받는다.
금융당국의 옴부즈만 활동에 대한 사안은 금융에 대한 다양한 환경이나 변화 등을 고려해 그때마다 다르다는 것이 당국 측의 설명이다. 현재 분기별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년마다 새로운 위원회를 위촉하면서 다양한 의견활동을 청렴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금융위에서 실시하는 ‘옴부즈만제도’에 대해 소비자 보호 운영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실제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금감원의 경우에는 위원회 구성시 해당기관에 맞는 풀 안에서 선정하고 최후 명단만 공개하고 있어 공정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전해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금융위원회 소속 현재 옴부즈맨에 접수된 금융회사의 고충민원은 65건이었으며 이중 90.7%에 달하는 59건을 자체처리했다.
반면, 소비자보호 제도개선은 16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56.2%에 불과한 9건만 자체처리했다. 금감원의 경우, 홈페이지 내에 공개돼있는 ‘옴부즈만 활동 결과 공개 내역’에는 2017년 10월 말 일괄적으로 올린 권고사항 4건이 전부였다.
금융당국의 옴부즈만 제도 효과가 이처럼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신한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민간금융사들도 ‘옴부즈만제도’를 자체 소비자보호기구를 실시해 ‘실효성’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소비자보호 강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은행 서비스를 점검하는 전문가 집단인 ‘신한 옴부즈만’을 2020년 11월 6일 위촉한 바 있다. 은행 상품 선정과 출시에 대한 자문을 하고, 내부 원칙을 점검하는 역할도 맡는다.
우리금융도 올해 6월 ‘깨진 유리창을 찾아라’라는 이름을 단 옴부즈맨 제도를 설립했다. 잠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룹사 전 직원이 참여하는 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제도는 현재 실현되지 않았거나 관리되지 않았지만, 향후 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된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사전에 관리하는 프로세스”라며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옴부즈만’이 다양한 행정지도 성격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금융권에 소비자 보호 중심 경영이 주요 화두로 지목되면서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속속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옴부즈만 제도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과연 민간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설치하는 이러한 자문기구가 향후 얼마나 소비자보호강화에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시선이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의 제도들은 해외에서 하고 있는 것을 따와서 유행처럼 추진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업무 중복성이 느껴지고 너무 난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금융사들은 현재 소비자보호에 민감한 영역으로 와 닿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어 아마도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보여주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감시역할도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보고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옴부즈만제도, 소비자보호 해결엔 미흡
최근에는 금융위, 금감원에서 옴부즈만 제도 활동내역들을 공개하고 있는 편이다. 이는 과거 금융당국의 옴부즈만제도 활동사항에 대한 자세한 실적보고가 없어 실효성 의문을 여러 차례 제기한 것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자문기구’라는 목적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보호의 민원과 분쟁을 사후적으로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금융회사의 고충민원 처리에만 집중돼 있어 ‘이름만 옴부즈만제도’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 ‘옴부즈만 제도’가 각각의 홈페이지에 소개는 잘 되어 있는데 막상 소비자가 직접 민원을 신청하고자 할 때 실질적인 버튼이 없어 접근성과 편의성 면에서 떨어진 다는 것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직접 소비자 입장이 되어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니 민원 접수를 할 때 메일로만 받는 형식으로 돼 있더라”면서 “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처리 과정에 대한 안내가 오도록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접수만 있고, 사후 해결에 대한 노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감원의 옴부즈만의 경우 감독 및 검사 업무에 반영된 사례가 있는지, 옴부즈만이 접수된 건의사항에 대해 승인 또는 불승인했는지 등 전혀 알 수없는 상태로 되어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원화 체재로 되어 있어 같은 성격의 ‘옴부즈만 제도’라고 해도 각각의 다른 운영방식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제기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으로는 금감원에서 분쟁조정 신청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데 하물며 금융당국 옴브즈만 제도의 활용에 있어서 접근이 과연 용이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금융 민원에 대한 모든 것을 단일화·일원화 시켜 소비자가 쉽게 신청하고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해외에서는 ‘금융 옴부즈맨 제도’가 정책성 성격을 띄어 정부조직 형태로 사후관리를 직접 분쟁 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위원회 형태로 구성되어 각자의 운영방식을 정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해외 사례로 봤을 때 영국의 경우 ‘금융 옴부즈맨 서비스’(FOS), 일본은 ‘대안 분쟁조정기구(ADR)에서 금융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을 처리한다. 특히 영국의 경우 FOS가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60만 건의 지급보증보험(PPI) 분쟁조정을 해결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사후구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쟁조정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금융당국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금융당국도 권한을 강화하고 단순 민원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아닌 금융권 분쟁조정 책임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원처리보다는 제도개선 쪽의 업무가 주 방향이다 보니 직접적인 처리현황 등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요즘은 활동내역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도 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로 접근해 소비자보호면에서 규제개선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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