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점에서 책을 사 읽은 지 오래됐습니다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1-06-17 16:22:36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서울문고가 1억60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앞서 국내 도서 도매업체 2위인 송인서적의 파산에 뒤따른 소식이다.
출판업계의 잇따른 경영 악화 소식을 접하면서 문뜩 나는 언제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었나 떠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독서인구 비율은 2013년 62.4%에서 2019년 50.6%로 1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책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많아졌다.
회사들의 경영 악화가 단지 ‘소비자들이 책을 구매하지 않아서’라는 사유 때문만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각 회사의 사정이 뒤따른다.
다만 출판계 경영 악화는 이들 말고도 여러 업체, 특히 중소 규모에서 계속되고 있다. 여기엔 소비자들이 책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서점에서 신간을 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게 된 원인으로 ‘도서정가제’를 손꼽는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즉 문화상품 보호를 위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판매자는 정해진 할인율 이내에서 가격을 할인하거나 간접 할인(마일리지 등)을 적용해 책을 판매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책을 비싼 값에 주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도서정가제로 비싸진 책 가격이 독서인구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책값은 서점이 매기기 나름이었다. 1만원에 나온 책이라도 출간된 지 오래된 책, 손상된 책 등 구간을 염가에 처분할 수 있는 명목은 다양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었고 일부 출판업계에서는 팔리지 않는 책을 처분할 수도 있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등 대형 온라인서점들은 책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서점들은 굿즈 마케팅도 전개하는데 어떤 특정 굿즈를 사기 위해서 책을 고르는, 배보다 배꼽이 큰 현상도 불러일으킨다.
또 소비자는 신간을 사서 읽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고 서점을 이용하고 있다. 중고서점은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형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운영하는 알라딘의 경우 정가 15000원에 거래되는 신간 책을 8700원에 판매한다. 출간 후 6개월이면 책은 중고서점에서 팔릴 수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목적은 과도한 경쟁을 막고 소형출판사와 서점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동네 서점보다 서비스, 상품성, 할인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대형 서점·중고 서점·온라인 서점을 결국 찾고 있는 양상이다. 중소 규모 서점들이 문을 닫는 이유다.
이러한 시장에서 반디앤루니스로 대표되는 서울문고의 부도는 다소 다른 배경이 있었겠지만 도서정가제가 일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여전히 일부 대형 서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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