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사모펀드 규제, 공모펀드로 불똥…“수익률 안정화 위한 대책 필요”
엄격한 제한 조치로 인해 투자상품 판매·출시 발목..투자 시장 혼란 야기
일각서 “노후보장연금 수익률 하락에도 영향 미쳐..퇴직연금 시장 키워야”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6-02 17:41:37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DLF(파생결합펀드),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탄력을 받은 투자자보호 장치 성격이 짙은 이중 규제(사모펀드규제·금소법 등)가 공모펀드 등 건전하게 잘 운용되어오던 다른 투자상품 군, 또는 퇴직연금 투자 시장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의 경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보는 모든 상품은 전면 금지가 됐거나, 증권 및 보험사는 이사회 결의를 필요로 한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문제 잡으려다 자칫 모든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까지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모펀드는 증권거래법상 공모의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와 달리 50인 이상의 투자가를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그리고 공모펀드는 투자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자 대상과 투자 비율에 일정한 제한을 둔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초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이후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출연하는 등 사모펀드 규제 장치가 이중으로 겹치면서 투자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에 해당하는 것은 최대 손실가능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파생결합증권 (DLS, DLF, ELS, ELF), ▲파생상품, ▲운용자산의 손익구조 등을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일임·금전 신탁 등이 대상이 된다.
다만,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비교적 구조가 간단하다고 판단해 해당하지 않는다.
이 같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는 현행보다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투자자의 연령, 투자 적합성·적적성 여부를 불문하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거래시 판매과정이 녹취되고,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2일 이상의 숙려기간이 부여된다.
또한 고령·부적합투자자에게는 녹취·숙려제도가 ‘모든 금융투자상품’판매 시에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그 고령 기준도 현행 70세에서 65세로 낮추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모펀드 규제로 인해 2017년부터 서서히 위축되어오던 공모펀드 시장이 현재 더욱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코로나19장기화 상황까지 겹치면서 한국을 떠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까지 늘어 이제는 침체기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 공모펀드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공모 펀드 규모는 20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와 투자일임, 파생결합증권 등 다른 자산운용 수단의 규모가 연평균 29%, 51%, 29%씩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는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인기가 시들자, 공모펀드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잇달아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한국 법인인 블랙록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DGB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대상은 블랙록자산운용이 국내에 설정한 26개 공모펀드 전체다.
사모펀드 사태로 이후 판매사와 수탁사들의 책임이 강화되고, 상품 판매시 엄격한 제한으로 인해 자산운용사들의 신규 공모펀드 출시 외면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펀드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신규 펀드가 출시된 112개 가운데 지수연계상품인 ELF를 제외하면 17개만 일반 공모펀드에 해당한다. 이 중 출시한 펀드들도 글로벌주식이나 채권혼합, 일반채권 형태가 대부분이다.
전통방식의 공모펀드 유형에 속하는 ETF나 주가에 연계된 ELF 등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신상 공모펀드는 출시 된 바 없다. 삼성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올해 공모펀드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펀드 등 판매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지난달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은행들은 전날부터 94개(중복 포함) 신탁, 펀드 등 금융상품의 판매를 멈췄다.
이 역시 자본시장법·금융투자업규졍 법령 제·개정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큰 금융상품을 팔기 까다로워지면서 은행권에서 판매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은행 영업현장에선 소비자 보호를 위해 탄생한 규제가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규제가 다른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공모펀드 등 다른 상품군 시장까지 위축시켰다”면서 “규제가 너무 강화되면 사실상 모든 투자 상품을 팔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모펀드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산업내 고정지출 및 보유현금 비중 상승으로 인해 기대수익률이 하락되고 운용보수 감소까지 이어져 이것이 투자자에게까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민경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공모펀드 중에서도 노후보장의 퇴직연금 투자도 속해있는데 현재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매사 간 가격 경쟁유도를 통해 판매보수 수치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로드바이저, 펀드랩 등을 활성화 시켜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안정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