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증권사 보고서, 이색 제목 늘어나고 “매도” 의견도 잇따라
개인 투자자들 고려한 리포트 변화..애널리스트 소신 반영도 뚜렷
“기업분석 증권사마다 달라..무조건 믿는 것보다 투자신중필요”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6-01 13:04:00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최근 증권업계에서 내놓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매수 추천 일색이던 증권사 리포트들이 잇따라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톡톡 튀는 제목의 증권사 보고서도 등장하고 있어 새삼 주목받고 있다.
◇ “팔아라” 매도 의견 내는 리포트 속속 등장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자자 입장을 고려한 ‘매도’ 보고서가 등장하고 있어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에게도 공매도가 허락되면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간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 분석 리포트의 ‘매수’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받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매도 의견 성격의 ‘언더퍼폼(underperform)’ 리포트를 제시 한 바 있다. 이는 기존 중립/보유(Hold) 투자의견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주가가 최근 급등세를 보였고, 현재 주가는 인플레이션 우려 관련 금리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게 빨리 반영됐다”고 투자의견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는 지난달 14일 중기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할 예정이며,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17일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에 대해 “자본정책의 급격한 변동으로 투자포인트가 훼손됐다”며 매도 리포트를 냈다. 고배당주로 평가받는 두 종목이 배당 성향을 낮추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같은 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3.83% 하락한 4205원, 16.78% 떨어진 1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강승건·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 하락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의 규모 및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율 하락 우려와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판단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두 연구원은 이어 “펀더멘털 요인은 아니지만 과거 높은 배당수익률이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의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을 짚었다. KB증권의 이번 리포트는 특히 동종 증권업계 기업에 대한 매도 투자의견을 밝힌 것으로 매우 드문 일로 이목을 끌었다.
◇ 제목은 “톡톡튀게” 애널리스트 소신 반영 눈길
증권사 리포트 변화는 보고서 제목에도 나타나고 있다. “아 열받네”, “벗으면 보이는 것들” 등 톡톡 튀는 제목의 증권사 보고서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한온시스템 보고서의 제목은 “아 열 받네”다. 김진우 연구원은 같은달 25일에도 ‘거 관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아 열 받네”라는 제목의 뜻은 ‘자동차가 열 받고 있다’라는 의미로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영역 전반에서 열 관리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온시스템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거 관세가 너무 심한거 아니오’라는 제목의 뜻은 미국 상무부가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산 승용차·경트럭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최종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코멘트였다.
‘거 관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니오’는 영화 신세계에서 이자성(배우 이정재)가 이중구(배우 박성웅)에게 말한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를 패러디한 제목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의 조미진 연구원이 발간한 ‘화사해지는 시간’, ‘벗으면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미진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는 화장품 업체 ‘클리오’를 소개하면서 국내 색조 브랜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력과 브랜드력을 보유한 업체로 추천했다. 피부를 화사하게 커버하는 색조 화장품 전문기업의 특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증권사 보고서 제목이 이색적으로 입혀서 내놓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
영화 장면의 대사를 패러디를 했거나 소설 등의 제목을 인용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지부진한 증시 환기 역할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보고서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음에 따라 기업 친화주의 색깔을 지닌 정형화된 리포트에서 탈피해 투자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의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모습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리포트 내용이 얼마나 내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추상적이던 기업위주의 투자정보를 벗어나 시장 평가 해석을 얼마만큼 정확도 있게 했는지가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끄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기업분석은 애널리스트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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