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봐도 모르겠는 보험상품 비교공시…‘보험사’ 꼼수?

사업비 분리 없고 개념도 모호한 ‘보험료가격지수’에 소비자들 혼돈 초래
각 상품에 대한 위험부담 설명 부족하고 타 보험사와 비교 분석도 어려워
“가입자가 실제 활용하는 제도 돼야…단점·유의사항 안내 필수” 개선 제안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5-17 16:09:21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 A씨는 자신이 최근 가입한 종신보험과 전에 해지한 종신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전 후 비교하고 싶다는 생각에 협회에서 제공한 보험사 ‘상품 비교·설명’ 시스템을 이용했지만 현재 판매하는 상품 설계에 대한 설명만 있고, 전 후 견적사례를 살펴볼 수가 없어 아쉬워했다.


# 주부 B씨는 향후 노후보장 면에서 재태크식으로 2년전 변액보험을 들었다. 설계사는 높은 수익률과 안전성까지 지닌 상품이라고 설명했지만 나중에 상품의 운용현황을 보고 놀랐다. 10%이상 운용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에 비해 적립금은 납부한 보험료보다 턱없이 적었다.


이에 B씨는 협회에 공시되는 보험상품비교제를 이용해 변액보험에 대한 사업비를 개인적으로 열람하려고 했지만 너무 복잡한 지수로 설명돼 있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실망했다.


금융당국과 보험협회가 소비자친화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개선했다는 ‘보험상품비교’공시시스템이 여전히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보험료가격지수’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보험업계 및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현재 보험협회가 제공하고 있는 보험사 ‘상품 비교·설명’ 시스템에 대해 다양한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분석도 어렵고, 사후 보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실효성’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다시 합리적으로 제도를 재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상품비교’공시는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보험다모아(https://e-insmarket.or.kr/)라고 불리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 곳에서 보험상품의 가격(보험료)을 비교해 보고 저렴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보험상품 비교시에는 생명보험협회 또는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의 ‘상품비교공시’또는 ‘보험다모아’가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보험 상품의 적용이율, 갱신여부, 보험상품별 보험료 차이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직관적인 비교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도 있지만, 보장 구성이 다양한 상품을 분석할 시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평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복잡한 보험상품의 보장 범위를 간단한 지수형태로 비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보험사에 상품개발 자율성을 부여하되 사후 통제는 강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및 감독규정시행세칙을 2017년 4월 1일 시행하면서 이러한 시스템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보험협회에 보험상품비교공시제로 공개되고 있는 ‘보험료가격지수’개념이 모호한 수치로 공개하는 것은 보험사들의 여전한 꼼수 행위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보험료 가격지수는 한 마디로 보험료를 말하는데, 보험료는 보험사들에겐 ‘사업비’로 통한다.


그런데 업계에선 이 사업비가 협회에 공시되는 가격과 실제 보험사들의 영업현장의 사업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다, 불투명한 운영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소비자입장에서는 한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업비는 보험상품의 종류에 따라 수수료 체계와 적용 방법이 모두 다르다”면서 “실제 가입자가 받아야 할 수수료도 사실 구체적으로 얼마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료지수는 순보험료와 사업비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값이다. 사업비율을 확인하려면 ‘보험료지수-100/보험료지수’로 계산하면 된다.


하지만 개별 업체의 사업비와 순보험료가 따로 공시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보험료지수가 실제 사업비인지 보험료인지 분간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어려운 지수로 인해 복잡함을 호소한다.


보험사들은 사업비가 영업기밀에 해당하므로 공개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공개가 되면 보험사들끼리 원가 공개로 인한 보험료 인하경쟁이 불가피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사업비가 높게 책정될 경우 소비자의 외면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상품비교설명제’에 허점은 또 있다. 암보험, 저축성보험, 어린이보험, 종신보험 등 장기로 계약하는 상품인 경우 타 보험사와 보험료가 어떻게 다른 지 보장범위는 또 어떠한지에 대한 그야말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설명이나 안내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종신보험의 경우 만약 보험료가 25만원이라면, 이게 얼마나 올랐고, 저렴해졌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보험료 대비 전후에 대한 분석도 어려워 손해에 따른 피해가 발생돼 민원이 급증한데도 그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종신보험은 최근 시장금리가 올라도 예정이율이 떨어져 보험료가 인상됐다. 과거에는 인상률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현재는 보험이율이 2~3% 수준이다보니 총 납입보험료가 7000~8000까지 올라가는 등 비싼 가입비 현상으로까지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상품 민원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종신보험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1분기 상품별 민원건수 중 종신보험(3481건) 비중은 전체의 45.91%를 차지한다.


종신보험이지만 마치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인 것으로 설명을 듣고 가입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종신보험 등에 들어있는 연금전환 특약 등 저축 기능을 강조하는 설명을 듣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상이 그런데도 종신보험에 대한 위험부담에 따른 설명은 부족한 실정이다.


어린이보험의 경우에도 아이의 상해로 인해 보장률을 요구해도 보험가입비에 턱없이 부족한 보험료를 받은 일부 사례도 나와 가입비와 실제 받는 보장률 차이에 대한 설명부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소비자단체에선 이처럼 상품이 거의 표준화된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과 달리 어린이보험, 종신보험 등 종합형 장기 보험은 보험사 간 보험료 차이가 크게 나도 소비자가 비교·인지하기 쉽지 않음에 따른 자세한 설명·안내가 제도 개선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현재 ‘보험상품비교설명제도’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보험상품에 대한 단점과 유의사항은 배제되고 사업비 지수로만 공개되고 있다”면서 “‘가격지수’라는 말도 국내보험사들이 소비자 모르게 하기 위한 헷갈린 용어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국장은 “최소한 이 지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하고 보험상품을 고를때 어떤 것이 좋은지 객관적인지 비교정보를 제공하고, 단점에 대한 설명을 법적으로 의무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도 현 ‘보험상품비교공시’시스템이 공급자나 판매나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공감했다.


조 회장은 “당국 차원에서 급하게 보험사들에게 압박하다보니 형식상에 그치는 정도의 제도 공시화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보험상품에 대한 담보내용이나 면책부분 등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이 가능하게끔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보험상품 비교판매에 필요한 ▲보험금 및 지급사유 ▲보험기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사유 ▲해지환급금 관련 사항(환급률, 해지환급금 예시 등) ▲재계약 관련사항(갱신기간 등) ▲해당 보험상품의 차별화된 특징 등을 제언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보험협회의 보험료가격 정보에 사업비를 따로 공시하지 않고 보험료지수라는 모호한 수치로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험료지수가 사업비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직접 내는 금액인 영업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도(순보험료)와 사업비”라면서 “순보험료와 사업비를 구분하지 않고 영업보험료만 공개해도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보험료가 싼지 비싼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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