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준영 낙마로 떠올린 ‘한진해운’ 악몽
김경탁
kkt@sateconomy.co.kr | 2021-05-14 16:32:39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보다 먼저 인사청문 절차를 마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총 5명의 신임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을 14일 청와대로 불러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1년을 이끌어갈 개각의 완성을 틀어막고 있던 인사청문정국을 뚫은 것은 13일 정오께 발표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였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전날(12일)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 건의로 아무 기준 제시 없이 ‘후보자 3명중 최소 1명 이상 낙마’라는 황당무개한 제안을 청와대에 권고하라 요구했다.
박 후보자의 낙마 사유는 주영 한국대사관에 재직했던 2015~2018년 사이 아내가 사 모은 도자기 등 식기류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것에 대해 ‘밀수’라는 시비가 걸렸다는 것이다.
‘도자기’는 총 1250점 가량이라는데, 적은 수는 아니지만 벼룩시장에서 1개에 1500원부터 3만원 정도에 구입해 금액으로 2천만원이 채 안되는 규모였고, 그중 후보자의 아내가 카페 문을 연 이후 1년4개월 동안 판 건 320만 원 정도였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의원들과 언론은 박 후보자 가족이 외교관 이삿짐으로 도자기를 들여온 것에 대해 무슨 엄청난 범죄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면서 망신주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박 후보자 가족은 귀국할 때 이삿짐 수입신고, 관세청 통관 등을 모두 적법하게 거쳤다. ‘밀수’니 ‘범죄행위’니 하는 말잔치들을 벌였지만 모두 한글자도 안 맞는 틀린 소리라는 것이다.
김부겸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 임명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14년 동안 야당의 청문보고서에 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장관급 사람이 총 30명인데 문재인 정권은 4년 동안 무려 32명을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하는 인사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인사청문회에 올라왔던 공직 후보자들에게 ‘위장전입’과 표절 등 4대 의혹이 기본 옵션이었던 것은 잊어버렸나 보다. 오히려 위장전입이 없는 후보자를 보고 신기했던 기억도 난다.
역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부적격 의견이 나온 사례들 하나하나를 정성적으로 분석해 비교할 필요도 없이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트집잡기에 얼마나 열을 올려왔는지를 증명하는 지표일 뿐이다.
다수 국민들의 기억력을 무시하는 발언이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굳이 그 내막을 파헤쳐 분석하는 보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내지를 수 있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말 유능한 장관, 또 청와대 같으면 유능한 참모들을 발탁하고 싶다”며 “이번의 후보자들도 각각 그분들을 발탁하게 된 이유, 그리고 또 그분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 하루 전인 9일에는 한국해운협회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오랜 경험이 있는 해운물류 행정전문가가 해양수산부 수장으로 신속히 임명돼야한다”고 호소했다.
해운협회는 “신속히 임명돼 해운재건을 전담하는 정부조직이 흔들림 없이 해운산업 재건목표를 완수하고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물류대란을 안정적으로 극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직 차관으로 장관직무대행까지 맡아야했던 박준영 후보자가 끝내 낙마하면서 위기와 기회의 국면에 있는 대한민국 해운정책을 진두지휘할 리더십은 당분간 공백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감옥에만 가면 회사 주가가 오르는 재벌회장들에 대해 리더십 공백을 걱정해주던 언론들은 해운정책 리더십 공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박 후보자에게 꼬투리를 잡아내 결국 낙마시킨 국민의힘과 관련해 짚어야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앞의 입장문에서 해운협회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무너진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우리 정부가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HMM(구 현대상선)에 대한 초대형 컨테이너 선 20척 발주를 시작으로 해운재건계획이 원활히 진행돼 이제 4년차에 접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제해상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선박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우리 수출입업계에 HMM의 초대형선박은 그야말로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고 해운협회는 지적했다.
입장문에 나오듯 현재 ‘재건 과정’이 필요할 정도로 한국 해운산업이 무너진 원인은 ‘한진해운 파산’이다.
한진해운 파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을 벌인 막후실세 최순실(최서원)에게 조양호 회장이 상납금(?)을 덜 냈다는 이유로 한진그룹이 밉보였기 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탄핵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게 정상인가.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붕괴시킨 책임이 있는 집단(최대한 좋게 봐줘도 공범)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이 해운산업 재건을 해나가고 있는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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