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박삼구, 닮은꼴 운명?…‘오너 리스크’에 휘청이는 항공업계
이스타‧아시아나 ‘부실 경영’ 책임론·‘횡령 의혹’에 구속…‘오너 리스크’ 회생 불가‧매각까지 이어져
김동현
coji11@sateconomy.co.kr | 2021-05-13 10:31:13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최근 이스타항공?아시아나항공의 전 오너가 잇따라 구속되면서 항공업계 ‘오너 리스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에 이어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두 항공사의 부실화가 ‘오너 리스크’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 ‘계열사 부당지원’ 박삼구, 아시아나 경영 부실 초래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16년 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에 넘겼다. 그 대가로 게이트그룹은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는데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를 맞바꾸는 거래가 늦어져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금호산업을 비롯한 9개 계열사가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정상 금리(3.49∼5.75%)보다 낮은 1.5∼4.5%의 금리로 금호고속에 빌려줬다.
이 같은 계열사 지원으로 금호고속은 약 169억원의 금리 차익을 얻고,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2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해당 혐의 내용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경영 부실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계열사를 부당하게 이용하면서 계열사들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그룹 경영을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박 전 회장의 사업 방식이 아시아나항공 위기를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9년에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지만,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그룹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아시아나항공까지 자금난에 빠졌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에 돌입해 4년간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2014년 자율협약 절차가 종료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8년까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금호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자금 지원을 이어오다가 2019년 44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이 2019년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회생 불가 판정을 받게 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협상이 무산됐다. 인수 무산에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 놓였고, 3조원 가량의 정부 지원까지 받았다.
◆ ‘횡령·배임 혐의’ 이상직,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 ‘난항’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지난 2015년 11~12월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해 이스타항공에 430억여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 회장을 지낸 이 의원이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사 운영에 관여해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 외에도 이 의원이 170억원의 횡령·배임을 했다며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2019년 경영난에 시달리며 제주항공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제주항공이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인수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후 인수자를 찾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올해 1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인수 협상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약 10년이 지났고 구속까지 됐지만, ‘이상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 등이 인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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