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후순위채 발행 ‘봇물’...“가계대출 리스크 평가는 조심”
“저금리 기조에 유리한 자금조달 수단..건전성 확보 기회”
일각서 “대출금리 상승 따른 위험건전성 대비도 고려해야” 지적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5-07 13:02:57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산을 보완하기 위해 ‘후순위채’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선제적으로 자본조달확충을 하려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자본 확충 구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보험·증권 등 다른 금융사에 비해 가계대출 등 주택담보대출관련 이슈가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건전성 대비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와 시장금리 상승에 앞서 유리한 조달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에 50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때 수요예측에서 7200억원의 응찰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한 결과 당초 계획보다 발행규모를 1500억원 증액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말 기준 BIS자본비율 27bp 상승효과도 얻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7일 대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대출금과 유가증권 운용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발행 금리를 포함한 여러 발행 조건들은 향후 실시할 수요예측의 결과에 맞춰 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5년 후 중도상환이 가능한 영구채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3일 신종자본증권 10년 만기 3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는 보완자본을 확보해 BIS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며 “바젤Ⅲ 시행 이전에 발행된 후순위채권은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10%가 차감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는 은행이 발행한 만기 5년 이상인 장기 후순위채를 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바젤 IIISMS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지난 2010년 은행의 자본 확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한 규제다.
후순위채 발행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조건부 자본증권에서도 보완자본(후순위채권)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바젤 3 기준 BIS 비율 산출 시 기본자본(신종자본증권) 으로도 인정된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신용창출에만 의거해 자본 확충을 했다면 현재는 금융회사에 대한 새로운 국제 자본 규제가 성립되면서 규제로 인한 걸림돌이 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등급에 의한 스프레드가 과거에 비해 더 좁아져 은행 입장에선 자본확충 기회로 여겨진다는 분석이다.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된다는 것은 부도위험이 줄어들었거나 같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후순위채 신용스프레드를 통해 덕을 봤다. 최근 신용스프레드 지표를 보면, 지난해 5월기준 80bp에서 이달 65bp로 축소됐다. 국민은행은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50bp에서 9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62bp에 3500억 원이 완판됐다. 이에 국민은행은 후순위채 발행규모를 5000억 원으로 늘리고,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65bp를 가산한 금리를 적용했다.
은행이 발행한 만기 5년 이상인 장기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이 되는 만큼 하반기 국제은행(BIS) 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은행의 후순위채는 손실위험이 일반 채권보다 높더라도 투자자들이 금융사의 부실화 위험을 낮게 봄에 따라 투자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증권 연구위원은 “자기자본을 늘리는 가장 단순하고 좋은 방법은 증자이지만, 현실에서는 대주주의 자금여력이 없을 수도 있고 주식 희석효과를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도 있을 수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달라지면서 이를 준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본비용 조달을 통해 부담을 덜고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지나친 자금에 의한 후순위채 발행은 BIS비율이 높아지면서 가계대출 자본비율도 덩달아 올라가 가계대출에 의한 리스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바젤Ⅲ 자본규제 도입에선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김필규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바젤Ⅲ 도입이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 옳다”면서도 “다만, 은행은 서민금융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출 관련 신용등급 취급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바젤Ⅲ 규제 개혁에 따른 표준법 강화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를 위한 위험가중치(RW) 조정,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 RWA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은행들은 BIS비율이 높다고 판단되면 가계대출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보다 대출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바젤Ⅲ에 따르면 2013년 12월 이전에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더 이상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존 발행했던 조건부자본증권은 2022년까지 매년 자본인정한도액이 10%씩 차감된다.
한편,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의 합계에서 관련 공제항목을 뺀 값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Tier1)에, 후순위채는 보완자본(Tier2)에 각각 상계되는 방식으로 BIS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효과를 낸다.
후순위채는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만 ‘자본’으로 인정되고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에 비하면 양질의 자본은 아니다. 그러나 발행 비용 부담이 적다는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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