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초고가이거나 초저가이거나” 심화된 소비 양극화의 이면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1-04-27 17:49:10

명품브랜드 매장과 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명품 소비 증가와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이 동시에 보이며 ‘소비 양극화’가 심화된 모습이다.


해외 명품브랜드는 매년 3~4차례 가격 조정함에도 국내에서 여전히 많은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오픈하자마자 상품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가는 일명 ‘오픈런’도 빈번하다.


반면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최저가’ 경쟁이 한창이다.


‘보복 소비’로 잘 나가는 명품…기부금은 0원


명품 시장의 주요 브랜드인 이른바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고가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많은 이익을 거뒀다. 특히 ‘보복 소비’로 수요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한국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는 지난 12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1조467억원으로 전년(7846억원)보다 3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519억원으로 176.7%, 순이익은 703억원으로 284.6% 급증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액은 2011년 4973억원과 비교하면 9년 만에 2배로 뛴 것이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은 4190억원으로 전년보다 15.8%, 영업이익은 1333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순이익은 985억원으로 15.8% 늘었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296억원으로 2019년 1조639억원 대비 12.6% 감소했다. 국내사업부 매출은 26% 성장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사업부 매출이 81% 하락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149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4.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069억원으로 31.8% 증가했다.


업계는 면세점이 사실상 휴업 상태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매출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이뿐만 아니라 구찌,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등의 브랜드들도 호실적을 달성하며 앞으로도 명품 소비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에도 백화점 개점 전부터 미리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이는 등 명품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명품 업체들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매출과 배당금을 챙기지만 한국 사회를 위한 기부금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1868억원의 매출, 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4000만원에 불과했다.


입생로랑코리아는 2019년 매출 1673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0원 이었다. 펜디코리아,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발렌시아가코리아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명품 업체들도 기부금은 없었다.


반면 한국과는 다르게 명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LVMH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적십자에 230만달러(약 28억원)를 기부했다. 케링그룹도 110만달러(13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도나도 ‘더 싸게’…납품업체 “최저가 경쟁으로 인한 영향 있을 것”


유통업체 ‘최저가’ 경쟁은 쿠팡이 무료 배송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은 지난 2일부터 익일 배송인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주문 개수와 가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료로 배송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로켓배송 상품을 별도 배송비 없이 주문할 수 있다.


그동안 쿠팡의 ‘로켓’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에 가입하거나 1만9800원 이상(로켓배송)을 장바구니에 담아야 했다. 해외 직구 서비스인 로켓직구는 2만9800원 이상을 구매해야 했는데 이 조건을 모두 없앤 셈이다.


쿠팡의 파격적인 배송 정책에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구매 당일 오전 9시~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것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쇼핑 포인트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 강자인 쿠팡과 경쟁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대놓고 겨냥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예컨대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입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인 경우 최저가격 1000원과의 차액인 500원에 대해 e머니를 적립해 주는 식이다.


롯데마트도 가격 전쟁에 참전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최저가로 제시한 500개 상품 가격을 자사 매장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GS리테일도 GS프레시몰에서 채소 50여 종에 대해 초저가 판매로 대응했고 이어 마켓컬리도 과일·채소·수산·정육 등 60여 종의 신선식품을 1년 내내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 싸게 판매하겠다고 대응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기회에 소비자 편의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동시에 소비자 환심 사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출혈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납품업체의 경우 가격 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유통업체들이 최저가 마케팅을 하면 그만큼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을 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식료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 당장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내려달라’는 압박은 없었지만 최저가 경쟁이 길어질 경우 납품업체에도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대형마트에 납품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마트는 1997년부터 자사 상품이 동일 상권(반경 5㎞) 내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싼 경우 이를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했다.


당시 이마트가 전격적으로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하고 까르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 업체들이 맞대응하면서 10여 년간 출혈 전쟁을 치렀었다. 결국 모두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성과는 없어지고 오히려 피해가 커지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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