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료자문 ‘불공정’ 시비 속 ‘피해구제 절차안내 의무화’ 실효성 의문
지난해 자문소견소 악용해 보험금 부지급 사례 4800여건.. “민원율 높아”
“부당지급 보험사 엄정한 처벌조치 입법화·자문의 소속 등 공시화”제언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4-26 15:39:05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가입자 입장에서 여전히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개선책으로 내놓은 ‘피해구제 절차 안내 의문화’도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문의 소견서가 악용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이기 때문에 보험사 보상직원들의 KPI(실적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보험사 자문의에 대한 정보를 투명화하는 공시 제도 마련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접수된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자문의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보험사 자문의 제도’가 업체 위주의 편파적인 심사라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여전히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이 의룔자문 관련 비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생·손보사들은 지난해 총 6236만8432건의 보험금 청구건 중 6만1535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부지급)는 4873건, 일부 지급한 건수(일부지급)는 1만768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료자문 건수 중 부지급률은 7.9%, 일부지급률은 28.7%인 셈이다.
대부분의 부지급 및 일부지급은 생보사에서 나왔다. 생보사들은 총 1만9573건의 의료자문 중 3755건을 보험금 부지급으로 결론냈다. 반면 손보사들은 4만1962건 중 1118건(2.6%)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게 될 때 다양한 이유로 의료자문 동의를 가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쟁점이 있거나 질병분류코드가 적정한 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 제3의료기관으로 의료 자문 진행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일부 보험사들은 형식적으로 의료자문을 진행하다보니 의료자문 동의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비판은 지속돼 왔다.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심사·지급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의학 전문가의 소견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자문 결과가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문의들이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기 때문에 객관성·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에서는 이러한 자문결과에 이의 발생시 피해구제절차 설명을 의무화하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주요 골자는 보험금 청구시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보험사의 안내를 강화하고, 부적절한 손해사정 등으로 보험금을 지급 거절·삭감하는 관행을 엄정 제재한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율은 0.1%, 보험금 부지급율 0.009%, 일부미지급 0.03%에 불과한데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억울하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누수보험금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약관에 정한 내용(제3 의료기고나 자문)을 안내장에만 명기하고 가입자에게 설명을 실제로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구제 절차 안내 의무화’ 대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및 전문가들은 그 대안책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독립된 의류자문기구 설치 ▲보험사 보상직원들의 KPI(실적평가제도) 개선 ▲보험사 자문의 소속, 이름, 자문료 등 정보를 공시화 ▲자문의 소견소로 보험금을 부당하게 삭감·거절한 보험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 조치 입법화 등을 제시했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거절 수단으로 악용됨에 따라 금융당국을 통한 자문이 필요하다”면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기구나 자문철자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삭감하도록 유도한 KPI와 위탁 손해사정사 재계약 기준을 전면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탁손사 면책률 평가기준을 폐지하고 변경된 내용을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의무적을 공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KPI는 면책률이 아니라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 등 여부로 기준을 바꿔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 의료자문 의뢰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해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 개정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보험사 의료자문관리위원회를 올해 하반기부터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문의들이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기 때문에 객관성·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을 추진 예정”이라며 “보험사에게 의료자문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료자문 대상 선정 및 관리 기준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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