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하겠다, 고려하겠다··” 넥슨 ‘14.5시간’ 매크로 답변에 이용자들 뿔났다

사측 “다시 한번 기회 달라”…불성실한 마라톤 간담회 역풍
간담회 영상에 비난 댓글 계속 달리자 전체 댓글 삭제하기도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1-03-16 09:42:51

(자료=넥슨)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비난의 중심에 선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이 이용자들과 가진 마라톤 간담회에도 불구, 불성실한 태도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넥슨은 지난 13일 판교 사옥에서 자사가 서비스하는 MMORPG '마비노기' 이용자들과 소통을 위해 ‘밀레시안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용자 대표 5인이 참석했으며 사측에서는 민경훈 디렉터와 김형선 콘텐츠팀장, 최태환 기술팀장, 이경선 GM팀장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는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30분까지 무려 14시간 30분이나 이어지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간담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는 게 이용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이용자는 이용자들이 준비한 함정 질문에도 그대로 빠져드는 관계자들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용자들은 “개선요구사항을 회사 측의 충분한 검토를 위해 간담회 3주 전에 전달했지만 이날 돌아온 답변은 거의 매크로 답변 수준에 불과했다”고 성토했다.


회사 측은 가장 민감한 현안인 확률형 아이템 '세공도구' 확률을 비롯, 핵심 7개 개선 사안 외에는 대부분 귀찮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며 “검토하겠다”, “계획 중이다”, “고려 중이다”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매크로 답변'이란 사전에 입력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기계적이고 무성의하며 불친절한 답변 태도를 꼬집는 이용자들 사이의 용어다.


일례로 한 이용자가 고객센터에 오류 열 가지를 말했지만 “수정하겠습니다”는 답변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든가 또 해킹, 계정 정지 등 중대한 문제나 버그를 신고해도 고객센터는 “확인해보겠습니다”, “논의해보겠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등의 틀에 박힌 답변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고객센터 공략법’까지 공유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기존처럼 ‘어떤 문제가 있으니 해결해달라’고 하면 민원을 열람조차 안 하거나 ‘매크로 답변’만 돌아오기 마련이므로 ‘지금 캐쉬템을 복사해서 여기저기에 마구 공짜로 뿌리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을 붙인 뒤 내용에 실제 문제점을 설명하면 금방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그만큼 넥슨의 무성의한 태도는 이용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불러왔다.


한 이용자는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비록 요구 사항이 288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회사 측이 3주간이나 준비한 결과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이는 넥슨이 그만큼 유저들을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넥슨이 밀레시안 간담회 영상에 달린 비난 댓글을 모두 삭제한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 측 태도를 문제 삼은 악성 댓글이 우후죽순 달리자 회사 측이 모든 댓글을 아예 ‘리셋’해버린 것.


또한 넥슨은 밀레시안 간담회 다음날 열린 메이플스토리 간담회에 사측 인사를 한 명도 내보내질 않아 이용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이에 이용자들은 메이플스토리 운영진과 넥슨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며 규탄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넥슨은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넥슨은 사과문을 통해 “미처 답변 드리지 못한 개선요청사항들은 오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하게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저와 더 투명하게 소통하고 유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저희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현재 이용자들은 전광판 트럭을 이용해 경기도 성남 넥슨 본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오가며 시위를 벌이는 등 넥슨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은 “넥슨이 극단적인 이윤만 추구하며 이용자들을 우롱하는 지금의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곧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회사 측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이탈 조짐도 본격화하고 있다. PC방 순위를 집계하는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가 지난 3월 첫째 주 기준 이용량이 전주보다 142.36% 늘어나며 6위에 올랐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