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2천억 쓴 SK이노 “합의금 5천억도 많다”···백악관에 ‘SOS’?

조지아주 공장 가치 어필…ITC 판결 그대로 인용시 10년간 배터리 미국 수출길 막혀
LG에너지솔루션 측도 바이든 행정부 무역 관련 인사들 만나 "ITC 결정 번복 안 된다" 맞대응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1-03-02 11:15:26

(자료=SK이노베이션)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치른 배터리 소송에서 완패하자 백악관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은 통상적 절차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백악관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개입을 요청했다.


ITC는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이어서 법령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ITC의 판결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만약 바이든이 이를 행사할 경우 판결은 뒤집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가닥 희망은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가치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2025년까지 미국 내 수천개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현지 배터리 산업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백악관을 상대로 한 조지아주의 치열한 로비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ITC 판결이 그대로 인용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배터리 수출이 막히게 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ITC의 판결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원칙 사이에서 영리하게 타협한 것으로 이를 뒤집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직원들을 통해 확보한 민감한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노력했음이 명백히 드러났고 최종 판결은 이러한 점들을 인정했다”며 “중국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존중을 강조해온 미국이기에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함을 외칠 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과 LG는 합의할 수 있고 이것이 양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최대 3조원, SK이노베이션 측은 5000억원 아래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을 바라보는 여론은 따갑다. 소송에만 2000억원을 넘게 쏟아부은 회사가 합의금으로 고작 수천억원을 제시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라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한 리뷰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USTR(미국 상무부, ITC 상위기관)이 양측 의견을 듣는 기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일 뿐이고 SK이노는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확히는 백악관은 아니나 USTR이 백악관의 대통령 거부권을 위임받은 조직이다 보니 WSJ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소송은 아직 거부권 검토도 안 된 상황이고 합의 여부 등 남은 절차들이 있어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합의금 규모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합의금 규모를 언급한 적은 없으나 조 단위는 말도 안 되고 5000억원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WSJ은 LG에너지솔루션 측도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관련 인사들을 만나 ITC의 결정이 번복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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