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최태원 연봉 반납’···SK하이닉스, 성과급 기준 공개 요구에 '곤혹'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1-02-03 13:38:59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자료=각 사)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SK하이닉스가 성과급 기준을 공개하라는 직원들의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에도 불구,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낮은 성과급 책정이 집단 반발을 부른 것이다.


이에 지난 1일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연봉을 반납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오히려 역풍에 직면했다. 투명한 산정방식을 요구하는 직원들을 ‘푼돈’으로 달래려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연봉은 약 30억 원으로 임직원 수 2만8000명을 고려하면 1인당 1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의 방침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내지는 이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경력직원 채용 소식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초과이익배분금(PS)은 연봉의 20% 선인데, 이는 삼성전자 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사업 규모나 이익 면에서 직접적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2017~18년엔 삼성전자와 비슷한 성과급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지난해엔 업황 악화로 성과급을 받지 못해 직원들 사이에선 보상 차원에서라도 올해엔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이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최 회장의 연봉 반납에 대한 불만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SK하이닉스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30억 원이라고 해봐야 1인당 11만 원도 안 되는 돈”이라며 “우리는 그깟 푼돈보다는 회사 측의 투명한 산정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경쟁사보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나름 자부심을 갖고 일했지만 실망이 크다”고도 했다.


또 다른 유저는 “삼성은 투자와 성과급은 별개로 계산하지만 SK는 투자 때문에 돈을 못 주겠다고 한다”며 “시스템 부재인 것이냐,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2019년 영업실적 부진 속에서도 이듬해 성과급 대신 ‘미래성장 특별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 바 있다”며 “직원들 입장에선 지난해 영업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좋아져 실망감도 그만큼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 40조4450억 원, 영업이익 20조8437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 매출액 26조9907억 원, 영업이익 2조7127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31조9000억 원, 영업이익 5조12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8.2%, 84.3% 늘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회장의 연봉 반납 결정은 특유의 성격에서 나온 것이었을 테지만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좀 경솔하지 않았나. 언 발에 오줌 눈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무래도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각종 게시판에는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푸념은 한마디로 배부른 소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시민은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 중소기업, 영세상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월급은커녕 생활비도 없다”며 “그렇게라도 받는다는 것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일 공지를 통해 기존 안대로 연봉의 20%(기본급 4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강행키로 했다고 밝히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초과이익성과급(PS) 공지 이후 여러분께서 느끼신 불만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충분히 미리 소통하지 못했던 점, PS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약 16%로 경쟁력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연간 영업익 5조 원에서 법인세, 조달비용 등을 차감한 20%를 PS로 산정했다. PS의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지표는 대외비로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M16 팹 등 선제적 투자로 EVA가 양호하게 나오기 어려웠다. 지난해 PS는 더 큰 미래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중장기 인프라 투자가 고려돼 결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기준에 의해 지급했다는 설명만 할 뿐 그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EVA의 초과 이익분을 지급한다는 원론적인 기준만 내세우는 데다가 제시된 EVA조차 공지마다 바뀌고 있다.


이 사장의 2019년도 연봉은 27억8300만 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만 18억2500만 원을 받았다. 올해 성과급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석희 사장은 지난 2018년 불법 임금삭감과 관련한 'Self-Design', 이어진 ‘취업규칙 날치기 통과’ 등 많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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