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익공유제, 금융에 룰렛을 돌려서야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1-01-27 15:57:31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익공유제의 룰렛이 은행을 향했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011년 처음 추진한 제도다. 당시 제도는 대기업이 이익의 목표액을 초과하면 이익의 일정부분을 협력업체에 나누는 구조였다.


이를 최근 여권에서 코로나19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적용하자고 꺼내기 시작했다. 초반 타깃은 카카오, 배달의민족과 같은 IT기반 플랫폼기업이었으나 이 룰렛은 돌고 돌아 은행권에서 멈췄다.


현재까지 나온 이익공유제 내용은 은행 등 대형 금융사가 매년 약 1100억 원을 신규출연하는 방안이다. 이 내용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1금융권은 1100억 원에다 서민금융기금 5000억 원도 조성해야한다.


금융권은 오랫동안 정책 앞에선 바람 앞의 촛불 같았다.


은행의 경우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면 군말 없이 시행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한국거래소, 금융협회장과 보험연수원, 일부 금융지주 수장까지 정부 관료 출신이 회전문식 인사를 오갔다.


그야말로 민간의 영역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정책당국과 밀접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IT며 대형 기업을 툭툭 건드려보던 여당은 이제 가장 말 잘 듣는 은행권에 이익을 공유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다.


은행이 얻은 이익이란 것이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수익을 찾으려는 서민들의 빚투, 영끌을 위한 대출에서 나온 것이다.


혹여나 시일이 흘러 부실 차주가 여럿 발생하게 된다면 금융은 정책이 하란대로 대출원금이자를 유예해주고 부실위험을 방조했다고 욕까지 먹게 될 상황이다.


여기에 이익공유제 출연금도 제대로 낼 수 없는 형편이 된다면 금융권이 더 피할 곳이 없다.


세계 3대 투자자로 손꼽히는 조지 소로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서 손을 뗄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정부가 찍어낸 거품이 올해 말이나 내년에 터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소로스의 예상이 모두 적중하리라 볼 수는 없지만 만약에 증시가 어려워지고 대출금리가 올라간다면 금융권의 현재 벌어놓은 이익은 위기를 대비할 총탄이 되어야 한다.


1년여 수익을 본 것만으로 금융권에 이익을 공유하자는 발상은 포퓰리즘을 넘어선 권위주의식 태도다. 전근대적인 사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에 손을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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