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체리의 달콤함, 금융사는 경계해야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1-01-20 16:51:58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20여 년 전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청소년들의 노트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어린아이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빵 봉투는 포켓몬스터 그림이 채워져 있었다.



인기 정점 시기 중학생이던 필자에겐 포켓몬 빵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당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슈퍼 앞에서 여덟, 아홉 즈음 되어 뵈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막 빵을 뜯어 스티커를 확인한 참이었는데 배가 불렀는지 “이거 먹을래요?”라고 쿨하게 초코롤빵을 건넸고 그 빵은 필자의 훌륭한 무료 간식이 됐다.


소년과 같이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취한 이 행위를 요즘은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고 부른다.


체리피킹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집어 먹는 행위를 말하는데, 최근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의 특정 요소만을 취하고 버리는 소비성향이 늘어나면서 체리피커(체리피킹을 하는 사람)들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체리피커들은 카드사의 혜택 시장에서 첫 활동을 드러냈다. 적립 혜택으로 공짜영화를 보거나 패밀리레스토랑 할인 혜택을 받았다. 연회비 대비 혜택이 좋은 카드는 체리피커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면서 속속 단종되기도 했다.


한동안 체리피커는 얌체같이 이익만 찾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대세다.


체리피킹 성향을 노린 마케팅이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사업자표시카드(PLCC)가 카드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가 되는가 하면 네이버는 월 4900원만 내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멤버십 네이버플러스 가입자가 250만 명을 넘어섰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체리피킹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식의 마케팅은 소비시장 전반에 통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곧 기업의 임직원이기도 해서인지, 일부기업들은 효율성을 목적으로 체리피킹식 경영전략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지난해 코로나에 한 대 맞고 빅테크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지켜보면서 올해는 업무 권역을 관통하는 목표가 비대면, 디지털, 효율화가 됐다.


점포를 통합하고 인건비를 줄여대는 것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의 체리피킹식 전략에 벌써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부터 동학 개미 운동의 유행으로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점에서 증권점포가 애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지방 지점의 경우 지점 수도 적고 점포 내 직원까지 대폭 줄였는데 투자자는 몰리고, 고연령층 이용자들의 자산상담까지 하느라 식사할 틈도 없다는 이야기다.


금융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공급하는 산업이라지만, 제조업이나 IT산업과 결이 다르다.


금융사가 체리피킹식 전략에 몰두해 임직원의 처우와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등한시한다면 사람들은 더 그곳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자산을 맡기고 사람이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 중심의 업(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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