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유통 기업 규제 ‘조준’…발전 없는 유통산업발전법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1-01-06 14:31:17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지난해 온라인몰 급성장과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실적이 악화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전망은 올해도 어둡다. 규제 탓이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14건에 이르고 있다.
상당수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의 보호를 명목으로 대형 유통 기업을 정조준한 여당발 법안이다.
이를테면 출점 규제 지역을 종전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서 20㎞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월 2회 의무휴업, 심야영업 금지 등을 적용하는 영업 규제 대상에 현행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외에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을 추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된 홍익표 의원은 지난해 7월 발의한 개정안을 중심으로 법안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강제할 수 있다는 법안이 있다.
■“과도한 규제 아니냐” 비판
온라인몰 급성장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너무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화되는 유통 규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다. 영업실적 악화로 유통업계 일자리 감소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와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주들이 대부분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서울·경기 지역 150개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형마트 임대매장 대부분은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다. 또 10곳 중 9곳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심야 영업 금지 등 영업 규제로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86.6%에 달했다. 영업 규제에 따른 매출액 감소 폭은 평균 12.1%로 조사됐다. 20~30%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도 23.3%나 됐다.
대형마트 임대매장 운영에 따른 애로사항을 묻는 말에는 '대형마트 출점 규제에 따른 고객 접근성 저하'라는 답이 24.0%로 가장 많았다.
'주변 상가의 무리한 요구'(20.6%), '영업시간 규제'(20.3%), '유통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식자재마트 등과의 불공정 경쟁'(16.5%)이라는 답도 뒤를 이었다.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유통규제안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경련은 지난해 12월 주요 5개국(G5)의 유통 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유통 규제 강화 방안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소매점포에 대한 직접적인 유통 규제가 없어 월마트 등 대형업체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업체 간 경쟁을 유도, 결국 가격 인하 효과와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됐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일본은 당초 지자체가 대규모점포의 출점을 허가하고 영업시간과 휴업 일수를 규제하는 대규모점포법을 시행했으나,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비관세장벽으로 제소한 이후 이를 폐지했다. 현재는 대규모점포의 출점을 신고제로 해 특별한 진입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영업시간도 규제하지 않는다.
유통규제 강국인 프랑스는 1천㎡ 이상 규모의 소매점포 출점을 지역상업시설위원회의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 기준이 300㎡ 이상 점포였으나 2008년 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현대화법을 제정, 규제를 완화했다. 1년 중 일요일 영업 가능 일수를 종전 5일에서 12일로 확대하는 등 영업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도심 외 지역에 2500㎡ 이상 규모의 점포를 설립할 경우 도심 내에 설립 공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는 등 도심 내 출점을 장려하고 있다.
독일은 지자체별로 일정 규모 이상 점포를 대상으로 출점을 규제하고 있으나, 출점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사전에 출점 여부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베를린·헤센주 등은 주변 상권 매출이 10% 미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면 출점을 허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점포의 영업제한 확대는 전통시장 활성화 및 상생발전 취지와는 무관하면서 중소상인 살리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동시에 오프라인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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