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전기차 출시 ‘러시’···국내 충전 인프라 '부족'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0-12-30 15:59:02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은 국내 충전 인프라 환경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는 현대·기아차 10여 종을 포함 200여 종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내년에만 국내에 전기차 10만대를 추가 보급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충전기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는 13만대이며 충전기는 6만3000기다. 이는 지난해 기준 중국(290만기), 미국(164만기), 독일·프랑스·노르웨이(30만기)와 비교가 안 되는 숫자다.
물론 중국은 지난해에만 120만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220만대의 53%를 차지한 거대시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한국(1.6%, 2만2000기)과 비슷한 일본(1.9%, 23만기)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전기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데다가 그나마도 2017년 이전 생산 차량은 기종에 따라 충전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전 타입은 DC콤보, DC차데모, AC3상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사이트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자차 충전 타입에 맞는 충전기 위치를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이 관계자는 “급속충전기를 찾았다 하더라도 대기시간을 포함해 보통 두 시간은 허비해야 한다”며 “기술 개발로 350킬로와트(Kw)급 초고속 충전기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현재 보급된 차량 상당수가 이 용량을 받아들이지 못해 기존 100Kw 충전기와 차이가 없다. 미래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3만6000기를 만들고 2025년엔 4만5000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는 2040년까지 현재의 23배 수준인 120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외국에 비하면 더딘 속도라는 평가다.
또 350Kw급 초급속충전기를 고속도로나 국도 중심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이 발표한 ‘교통량 데이터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 위치 최적화 방안 연구’에서는 공동주택이 주인 국내 도심 환경에선 급속충전소 보급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각 세대가 독립된 주차공간을 가진 해외와 달리 국내 주거는 아파트·연립주택에 편중돼 있어 개인이 전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주거공간은 공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마저도 공동주민회의 및 여러 절차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편리한 접근성을 위해 충전기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며 “교통량이 많은 도로 가까이에 충전소를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의 로봇 충전기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최근 폭스바겐은 전기자동차를 알아서 충전해주는 자율주행 로봇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 로봇은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충전이 필요한 차량을 찾아가 충전을 해준다. 이동하는 충전소인 셈이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로봇에 충전을 요청하고 완충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보편화하면 복잡한 개별 인프라나 대규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전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전기차 보급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인 주행거리 문제는 한국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노르웨이자동차연맹(NAF)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 주행거리가 507~610㎞로 가장 길다. 그다음이 현대기아차로 '니로' 455㎞, '쏘울' 452㎞, 현대차 '코나' 449㎞ 등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400㎞대 초반, 르노 '조에'와 닛산 '리프'는 380㎞, 폭스바겐 'e골프'는 200㎞대에 불과하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위 테슬라(19만1971대), 2위 르노닛산(8만6189대), 3위 폭스바겐(7만5228대)이며 현대기아차(6만707대)는 전년보다 1계단 오른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 BYD는 4만2340대로 5위를 기록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에 예산 923억원을 투입해 고속도로 휴게소나 국도변 주유소, 도심 내 주유소·충전소 등 보다 접근성이 높은 이동거점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약 1600기 구축한다. 완속충전기 역시 주로 장시간 머무르는 주거지, 직장 등을 중심으로 8000기 이상 구축해 충전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그동안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에 주로 설치해오던 독립형 완속충전기 외에도 콘센트형·가로등형 등 다양한 방식의 완속충전기를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충전문제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를 대폭 늘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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