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대답

정진선 시인

toyo@sateconomy.co.kr | 2020-12-14 06:00:00

대 답




하늘을 날다
나뭇가지에 걸린 연은
온 잎이 떨어진 지금까지


바람 따라
허망한 꼬리 짓을 하고 있다


날지도 앉지도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
돌고 도는 몸부림도 친다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 싶던 시간이 끝나고
떠나는 바람이 묻는다


함께 날까


연은 잎처럼 매달린 채
마치 날다 내려앉은 듯 대답한다


홀로 날아야
날아갈 수 있단다




자유로움이 진정한 행복감을 줄 것이다. 그것은 매인 끈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 준 것이 나중에 더 큰 불행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큰 것이 생겨 행복하다 했는데 어찌어찌 해서 그 것을 다 잃고 나면, 그것이 생기기 전에 힘들었던 때보다 더 큰 불행함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니던가. 즉 큰 것 자체가 진정한 행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에 매였던 행복이었다.


어디에 속함도 그렇다. 속함은 유한하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매임에 따르는 무게를 느껴야 한다. 그 무게를 불행함이라 부른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이 불어야 나는 것은 진정 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날지 못하면 나는 것이 아니다. 진실성도 없다. 바람이 없어도 혼자 나는 것이 진정 나는 것이다. 바람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지금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죽기로 날려고만 한다? 어디에 매여 있건만. 불행이 찾아올 것이다. 자유가 없는 힘이여 홀로 날 수 있는가.



힘으로 만든 것은 힘이 사라지면 힘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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