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컨설턴트 출신’ 수장들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0-12-09 12:57:34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컨설턴트 출신 임원이 유통업계의 요직을 꿰차고 있다. 업계는 내부 인사를 중용하던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버리고 혁신을 택했다.
롯데는 지난달 26일에 단행한 ‘2021년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전문가로 통하는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전무)를 롯데마트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에서 근무한 컨설턴트 출신이다. 그는 주요 유통 계열사 대표를 맡아 경영을 해본 적이 없지만, 롭스 사업 설립을 주도해 후발주자였던 롭스를 시장에 안착시킨 것은 물론 10년간 적자였던 롯데네슬레의 흑자 전환을 지난해 이뤄냈다. 이를 통해 강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기준으로 이마트, 홈플러스에 이어 ‘만년 3위’인 롯데마트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롯데쇼핑이 헤드쿼터(HQ)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정경운 동아에스티 경영기획실장을 선임했다. 롯데쇼핑 총괄 임원에 외부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쇼핑 HQ는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올 초 업무 효율화를 위해 신설됐다.
정 상무 역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했던 이력이 있다.
‘정통 롯데맨’을 중용하며, 유독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는 올해 ‘외부인재 영입’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업계는 롯데의 주요 계열사 대표가 대체로 내부 인사가 맡아온 탓에 ‘이례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롯데의 잇따른 컨설턴트 출신 기용에는 외부인사 영입으로 혁신에 성공한 이마트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단행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인사를 처음으로 영입했다.
이마트는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영입했다.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자와 유통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마트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이마트는 강 대표를 앞세워 온라인몰 SSG닷컴과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전문점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2017년 145개였던 할인점은 지난해 140개로 2년 새 5개 줄였지만, 같은 기간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는 14개에서 18개로 4개 늘렸다.
그 결과,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5조907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6.7% 늘었고, 영업이익도 30.1% 늘어난 1512억 원에 달했다. 강 대표가 이마트 점포 30%를 그로서리(식음료) 매장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수익성 낮은 전문점은 과감하게 폐점하는 등 핵심 전략이 통했다.
이에 그는 지난 1년간 이마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대표는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게 됐다. 또 최근 강 대표는 같은 회사 동료였던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최영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티몬에서 영입했다. 최 상무는 티몬을 이커머스 업계 최초 흑자전환으로 이끌며 내년 기업공개 기반을 다진 브레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GS홈쇼핑도 이번 인사 때 컨설턴트 출신 외부인재를 영입했다.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전무)에 이름을 올린 박솔잎 전무는 2000년대 초반 베인앤컴퍼니에 몸담았으며 이베이코리아, 삼성물산 온라인사업본부장(상무) 등을 맡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너들은 성과를 이룬 컨설턴트들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컨설턴트 출신 인재 영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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