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삼성, 노조發 임금 소송 ‘줄줄이’
삼성SDI 노조,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사안으로 승소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0-12-02 11:05:29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삼성그룹이 각 계열회사 노조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지난 3년간 회사가 고정시간외수당과 개인연금 회사지원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연장수당과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에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모두 참여한다. 현재 1000명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이며 청구액은 1인당 약 2000만 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다. 지난달 9일에는 삼성화재 노조 역시 미지급한 수당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삼성화재 노조는 “회사가 각종 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기본급, 전환금, 자격수당 등만을 반영하고 성과급, 식대보조, 교통비 등을 빠뜨려 수당을 덜 지급했다”며 “연장근로 직원에게 교통보조비 일정액을 지급했을 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노사 간 첫 본교섭을 가진 삼성전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노조 측은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삼성의 위법행위와 궤변에 단호히 맞서 권리를 찾아야겠다며 벼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교섭은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공동교섭단체를 꾸려 힘을 모은 상태다. 지금까지 노사는 1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3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가 개별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번에 2노조(무선네트워크사업부)와 최대 규모를 가진 4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가 참여했다.
앞서 삼성SDI는 이미 같은 사안으로 승소한 바 있다.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 1·2심 모두 승소했다. 최근 소송에 나선 노조 측이 승소를 자신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노무사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노조가 승소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며 “이를 계기로 다른 계열사도 노조 설립을 가속화 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용수철 효과가 아니겠냐 올 것이 온 것”이라면서도 “다만 노조 측이 다른 강성 노조처럼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행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은 그룹사 61곳 중 12곳에 노조가 결성돼 있다. 4개 노조 외에도 삼성생명·삼성엔지니어링·삼성에스원·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물산·삼성증권·삼성웰스토리·삼성전자서비스 등이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1983년 설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노조를 와해하려는 불법행위도 비일비재했다.
복수노조가 법적으로 보장받기 전에는 1회사당 1노조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곧바로 회사가 먼저 어용노조를 만들어 이를 저지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2011년 이후에는 어용노조 활용뿐만 아니라 협력사를 기획 폐업시키기도 했다.
또 조합원을 미행하거나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감청, 고소, 전근, 해고 등의 행위도 저질렀다.
과거 노조 설립과 관련한 부당해고로 회사 측과 갈등을 빚다 1년간 삼성 서초사옥 앞 철탑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용희 씨도 전형적인 노조탄압의 사례다.
결국, 지난해 12월 삼성 임원들이 노조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무더기 실형을 받은 데 이어 올해 5월 이 부회장이 사과하며 노조 활동의 물꼬가 트였다. 올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노조 설립이 가속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소가 정식으로 제기된 게 아니라 특별히 드릴말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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