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인상에 떠는 온라인쇼핑몰?…‘백마진’부터 없애죠

매년 택배 물량 늘어나지만, 택배비는 오히려 낮아져
택배노조 "백마진, 근절해야"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0-11-17 14:53:57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구축 방안'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최근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들리면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택배비 인상과 관련해 ‘백마진’ 관행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2년 처음 시작된 택배 서비스는 시장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1998년 약 6000개 수준이던 택배 물량은 2014년 16억2천만 개에서 지난해 27억 9000만 개, 올해는 32억개로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활동이 보편화하면서 36억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건수가 63회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장하고 있는 택배산업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며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택배 노조에 따르면 올 한 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5명이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택배기사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등의 부당한 처우 금지, 택배비 인상 등이다.


특히, 택배비 인상 건은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현재 택배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 평균 단가는 2002년 건당 3265원, 기사 몫(수수료)은 1200원에서 지난해 기준 2269원(수수료 80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택배 단가가 떨어지면 택배 업체의 이익률이 낮아지고 결국 택배기사들이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대리점들은 개별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거래처(중소규모의 업체들)를 확보한다. 이때 거래처들은 더 좋은 조건(가격이 더 저렴한)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으면 언제든지 택배업체를 바꿀 수 있다.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중소규모 업체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있으면, 택배업체를 바꾼다”며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택배비 하락은 시장 경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은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단가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치열한 업계 경쟁구도에서 쉽지 않고 자칫 가격담합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규모 쇼핑몰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택배비 인상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업황이 좋지 않은 패션 쇼핑몰업계는 배송비 인상이 겹치면서 내년 걱정을 하고 있다.


중소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운데다 대형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는데 택배비마저 인상되면 구매가 더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관건은 택배비다. 택배기사 입장에서 건당 수수료를 올린다면 매일 배송해야 하는 400개 이상의 물량에서 덜 수 있는 것이다.


또 택배노조 측은 수수료 인상 방안으로 ‘백마진’ 근절을 제시하고 있다. 백마진이란 통상 소비자가 알고 있는 택배요금 2500원에서 실제 택배회사에 지급되는 약 1700원을 제외한 800원 정도의 금액을 말한다. 이 금액은 택배 발주 업체인 쇼핑몰 등에 다시 돌아간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쇼핑업체에 2500원의 배송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온라인쇼핑업체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소비자로부터 2500원의 배송비를 받는 온라인쇼핑업체들이 택배 계약 과정에서 오히려 770원을 ‘백마진’으로 챙기는 셈이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백마진 관행도 조사해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배송량, 지역 배송 여건 등 업체별 사정을 고려해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 도입 등 주 5일 근로 확산도 유도하기로 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과 물류시설을 적시에 지원해 택배 업계가 당면한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산업 경쟁력 향상과 근로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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