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없는 회전문 인사, 출구는 어디에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0-11-04 17:01:48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1888년 미국의 발명가 밴 카넬은 ‘바람을 막아주는 문’을 만들었다. 날개가 셋 달린 이 문은 발명된 이듬해 뉴욕 브로드웨이 레스토랑에 처음 설치됐다. 소음, 눈이나 비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이 문, 오늘날 우리는 ‘회전문’이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발명품은 현재 금융권 인사에서 흔한 표현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어떤 인물을 주요 직책에 돌려가면서 임명하거나 예전 인물을 임명하는 일을 비유한 표현이다.
여러 차례 거듭된 금융권 협회장 회전문 인사는 올해도 예외 없이 이뤄질 모양새다.
은행연합회 김태영 회장의 후임 후보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손해보험협회 협회장 후보자는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 실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손꼽혔는데 결국 정 전 이사장이 내정됐다.
정 전 이사장은 2015년 한국증권금융 사장, 2017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거쳤다. 앞서 한국증권금융과 한국거래소 인사 당시 낙하산, 관피아 인사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는데 손해보험협회장 자리까지 내정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단체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를 말한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공직자가 퇴직한 지 3년 내 기존 자리와 관련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손해보험협회 추천 기준에서는 퇴직공직자의 경우 취업제한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밀접 관련성이 없다는 명확한 확인 없이 회추위가 무리하게 추천을 강행했다”고 지적한다.
업권의 입장과 향방을 아우르는 협회장 자리를 ‘이력이 있다’, ‘정권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앉히는 것은 2020년에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챙겨주기 식 회전문 인사는 자신의 자리에서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의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소임을 다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도 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회전문 인사의 출구는 어디일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판타지였나 싶다. 현실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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