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투(me too) 창업’ 사례, 더 이상 없어져야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0-10-14 19:00:00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식당을 살리자’라는 취지의 식당 경영 및 푸드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한 골목당 몇 주의 방송을 타면서 가게마다 점검과 솔루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기자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쉽지가 않음을 깨닫곤 했다.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요식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요리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지식, 음식에 들어갈 신선한 재료, 손님의 반응 등을 섬세하게 살펴봐야 했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경북 포항의 한 ‘덮죽집’은 판매할 음식을 위해 수개월 동안 고민한 흔적이 보였던 가게 중 하나였다. 덮죽은 방송에서 호평을 받았을 만큼 맛 부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덮죽집의 메뉴를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표절한 일이 생겼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표절업체 배달앱 리뷰에 목소리를 높였고, 누리꾼들의 불매 움직임도 있었다. 관련된 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결국 덮죽덮죽은 지난 12일 공식으로 사과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덮죽덮죽’이라는 명칭으로 상표권까지 출원한 상태다.


‘덮죽덮죽’ 운영업체가 메뉴 표절 논란에 사과하고 사업을 철회했지만 이 업체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를 주장하는 곳이 또 있었다.


마시는 차를 전문으로 하는 티트리트는 “‘냥이티’를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냥이티 상표권을 날름 먼저 내버렸다”며 “이에 깜짝 놀라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해야만 했고,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브랜드, 메뉴 등을 그대로 가져와 영업하는 사례가 횡행하지만 이를 제지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다수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소규모 식당의 레시피를 모방해 상업화시킬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표권 등록이 없는 경우 현행법상 레시피 도용을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이전부터 브랜드 표절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요식업계 표절에 허술하고 미약한 법망이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흑당 버블티나 벌집 아이스크림, 마라탕 등 가게도 우후죽순 생기면서 ‘원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현재 요식업계는 관행을 막기 위해 공정위와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1+1제’ 등의 법안은 지난 7월과 9월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으나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다행히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영점 1개 이상 1년이라는 전제조건을 마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거래상 지위가 낮은 가맹점 사업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맹본부가 광고·판촉행사를 실시하려면 사전에 가맹점 사업자의 동의를 받게 했다. 또 가맹점 사업자단체 신고제를 도입,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개정 이후 계도기간과 여러 법률적인 조치로 직영점 1+1 시행은 빠르면 2021년 7월 또는 2022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이상의 요식업계에서도 표절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 피땀 흘려 만든 레시피, 브랜드를 어느 날 갑자기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정부 당국의 법 강화가 우선이다. 법률적인 지식이 없어 피해를 보고 있는 식당업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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