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정진선 시인

toyo@sateconomy.co.kr | 2020-09-26 09:35:00

친구와 소낙비



정진선


손등에 난 작은 상처처럼
알싸하게


오래된 친구 바라보기를 한다



친구가
야당 역 호수공원을 마음 가득 옮겨 놓자
어두워지며 찾아오는 회상을


사선으로 조각내는
소낙비가 쏟아진다



혼자 만지던


감미로운 아픔을 떠올리나 하더니



뭐라 흥얼거리기 전에


그 맘 따라


먼저 반응하는
술잔



같이 있어
더 외로운 시간이다


비가 오는 날 우울해지는 걸 느낀 건 사춘기가 지나고서 같다. 그 이전 기억에 있는 어릴 적 비 오는 날은 진탕 장난치며 놀던 즐겁던 기억이 많다. 장마 두꺼비라고 혼은 많이 났지만.


친구가 혼자 지내는 걸 모른 척하다가 어렵게 만났다. 쓸 데 없는 이야기도 쓸모 있는 것처럼 이야기기하고 들어주고 그러다 아니라고 시비 걸어 주는 것도 친구끼리라서 다 좋다.


비가 주먹만 하게 떨어진다. 그러다 그런 비에 금새 적응했는데 갑자기 서로 말이 없다. 한숨도 나온다. 그래 사는 게 뭐 있다고 이리 지낼까.


소낙비는 잠시라서 후욱 지나갔는데도 기분이 계속 그렇다.


지금 내리는 비가 우울을 부른다면
그대는 겨울나무처럼 지나간 시간을 많이 달고 있는 사람이다.


시인 정진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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