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정진선 시인
toyo@sateconomy.co.kr | 2020-09-21 10:29:59
끈
정진선
꽃동산에서 놀던
아이의 손이
사금파리에 찔렸다
우는 걸 달래면서도
조심해서 놀지
왜
못 했느냐고
혼을 낸다
꽃동산은
정말 아름답게 가꾸어 졌지만
신비롭게 느꼈던 꽃향기는
아픔과 질책으로 엮이면서
두려운 존재가 된다
꽃을 꺽어
묶을 수 있는 끈이
그리 만들어졌다
사금파리를 품은 꽃의 뿌리. 아이에게 아픔을 줄지는 몰랐다. 향기는 위험을 감추게 한다. 아니 아직 알기 전이 맞다. 그러한 사실에 대해 경험이 더 많이 축적된 인식은 영역의 확대를 강요한다. 봄이 오기를 강요하는 것은 꽃보다 겨울일 수 있는 것처럼.
엄마는 아픔을 회피하는 훈련으로 “이거 하지마” 라고 한다. 아이는 사금파리를 찾고 있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제 아이는 가꾸지 않고 꽃을 꺽는다. 안전하게 향기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강요받게 된다. 사회의 격은 사금파리를 욕하고 피하는 법을 얘기하는 어떤 수준이다. 쓰게 될 끈은 그 수준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다치기 싫어 가꾸지 않는 손. 꺽어지는 꽃 무더기. 다양한 끈. 그리 꽃다발 만들다 보면 꽃동산은 어찌될까?
시인 정진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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