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롯데 '제2롯데월드'는 사고월드?

공사강행 무리수 사고속출 ‘안전불감증’ 도마

홍성민

seongmin215@naver.com | 2013-07-08 13:56:23

현장근로자 사고 99% 공상처리 후유증 심각

근로자들, 공사현장 ‘편법·눈속임’ 다반사 증언

롯데건설, 끊임없는 안전성논란...‘모르쇠’ 일관

▲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장에서 건축 구조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서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이 여생의 꿈’이라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롯데월드몰)’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98년 36층 건축 허가를 받은 이래 ‘층수로 인한 설계변경, MB정부의 특혜, 안전성’ 등 잇단 논란으로 추진 단계부터 삐걱거렸던 제2롯데월드가 이번에는 작업용 거푸집 추락으로 근로자 6명이 사상을 입는 등 계속되는 사고로 불안감을 사고 있다. 공사 시작 이래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안전사고로 롯데그룹의 랜드마크 건립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두 달 전인 지난 4월24일 소방당국의 현장 안전점검을 받고도 사전에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시공사 측의 보안문제로 출입을 통제해 모든 부분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히면서 대형 건설업체의 자율안전관리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공법과 공기 단축을 위한 공사 강행 등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건설의 ‘안전문제’는 한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건설 신기술 ‘ACS 신공법’ 안전성 의혹

지난달 25일 오후 2시53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장에서 건축 구조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롯데건설에 따르면 건물 43층 외벽에 설치된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공사 장비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ACS)’이 21층으로 떨어지면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건설근로자 A씨가 그대로 추락해 숨졌다.

또 21층에서 작업 중이던 B씨 등 인부 5명은 떨어진 장비의 파편이 튀어 부상을 입고 송파구 가락동 서울병원으로 후송됐다. 거푸집이 추락하면서 현장에 있던 가스통이 폭발하기도 했지만 다행이 더 이상의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A씨의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지난달 26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ACS)’의 안전성이다.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ACS)’은 지난 2011년 롯데건설이 자신들의 신기술이 도입된 것이라고 밝힌 ACS 신공법으로 Auto Climbing System의 약자다. 롯데건설은 이 ACS 신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제2롯데월드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공기 단축과 원가 절감을 위해 개발된 ACS는 자체발판에서 거푸집 작업과 철근·콘크리트 작업이 가능하며, 타설 후 위층까지 유압시스템으로 자동 인양되고, 특수 플라스틱을 이용했기 때문에 기존 거푸집이 100번 사용하던 것과 달리 내구성이 강해 200회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거푸집이 무너진 이유로 롯데건설의 이 ACS 신공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안전공단 측이 모 매체에 “거푸집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의무안전 적용대상이 아니다”며 ACS의 안전성 여부를 사전에 점검할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건축학계 역시 ACS는 빌딩 공사에 흔히 사용하는 장비지만 제2롯데월드에 쓰인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은 롯데건설이 새롭게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신기술 적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롯데건설이 개발한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 시스템’은 콘크리트를 부을 때 별도의 재조정 작업 없이 건축물 표면에 따라 발판이 자동 상승하지만 일반적인 거푸집은 건축물 표면에 따라 발판을 조절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무교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현장에 바로 쓰이다보니 거푸집 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번 사고 당시 출동한 소방 관계자도 “당시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발판이 떨어졌다. 안전시설과 장비 미비로 인한 사고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정밀 감식을 진행한 경찰 역시 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고 ACS 잔여물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롯데건설 자체 신기술인 ACS 신공법에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ACS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근로자 부상사고 99% 공상처리 큰 문제

이와 함께 ‘공기 단축을 위한 공사 강행’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 5월 부분개장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의 예정된 공사기간은 2015년 13월까지였지만 인허가문제로 1년 연기돼 2016년 늦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사현장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다는 건설근로자들의 말이 전해졌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고 편법과 눈속임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오후 10시까지 대형 조명을 키고 건물 기둥 공사를 매일 진행했으며 사고 후에도 문제가 된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근로자들은 관리자의 ‘빨리빨리’ 요구에 맞추다보니 일을 정석대로 할 수 없어 사고 등 문제가 생겨도 그 분위기에 묻혀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문제는 뒤로 제쳐두고 밤샘작업을 시키며 공사를 강행한 건설사 측의 무리한 행동이 추가사고는 물론 건설근로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건설근로자의 부상사고는 내부적으로 99%가 공상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상처리가 이뤄지면 치료비와 노임은 지급하지만 후에 생길 사고 후유증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는 건설사들이 산업재해 다발사업장으로 찍히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발주공사 수주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분개장을 위한 무리한 공사 강행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사실과 다르다. 내년 5월 부분개장이 예정된 곳은 사고가 난 구역이 아니다. 사고와 부분개장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장단 방문설까지 퍼지며 건설 현장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한 25일에 27일 있을 사장단의 방문에 맞춰 평소보다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시킨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사장단 방문 때문에 일을 평소보다 빨리 진행시킨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고가 난 구역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지만 그 외에 다른 구역은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사고에 대해 조사 중이라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만일 사고의 원인이 롯데건설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로 드러날 경우 ACS 공법에 대한 논란은 물론 건설 진행 자체에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롯데건설이 건설 중인 초고층 건물 제2롯데월드 타워 모습.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 어제오늘 일 아니다

사실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안전문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메가기둥 11개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해당 공사의 감리사 측이 발견한 이 균열을 토대로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라 용접 방안을 협의하기 전 추가 용접은 불가능하다’는 작업지시서를 롯데건설에 제출했지만 롯데건설은 작업지시서를 받고도 곧바로 진단하는 등 확인 작업을 벌이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두 달이 지난 12월에야 진단업체를 선정해 균열 진단을 받았다. 또 지난 2월에도 역시 건물의 메가기둥에 11개의 균열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가 대한건축학회와 한국시설안전공단 합동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균열은 변형이 생긴 것 일뿐 구조물 붕괴 위험은 없다’는 결과가 나와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롯데건설의 안일한 안전관리 대처 논란에 롯데건설 관계자는 “외부에서 계속 안전관리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안전문제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발생한 균열에 대해서는 “균열은 발생한 게 사실이지만 안전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못 박았다.

한편, 제2롯데월드는 시공 전부터 반대 여론에 부딪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롯데는 지난 1998년 36층 건축을 허가받은 이후 112층의 초고층빌딩으로 지구단위변경을 추진했지만 공군이 군사상의 이유로 계속 반대 입장을 취해 사업에 난항을 겪어왔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부지에서 약 7km가량 떨어진 곳에 성남 서울공항(공군비행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공군은 제2롯데월드 부지가 비행안전구역과 맞닿아 있어 전투기 사고 등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 지속적으로 건설 허용에 반발했다.

롯데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롯데는 결국 지속적인 조정회의를 통해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변경 공사비용과 KA-1대대의 이전공사비용의 상당부분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따냈다.

마침내 지난 2010년11월11일 송파구로부터 제2롯데월드 최종 건축허가를 얻어내자 공근 측은 물론 정치계까지 극심한 반발에 나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98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제2롯데월드의 잇단 잡음은 신격호 회장의 꿈을 점점 낭떠러지로 몰아내고 있다. 말많은 롯데건설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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