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ews]국토부 급발진 공개실험에 소비자 ‘억울’

원인규명 못할것 인지한채 재현 실험 강행

황혜연

hyeyeon8318@naver.com | 2013-07-05 15:51:48

국토교통부의 ‘급발진 공개 재현 실험’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급발진 관련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증폭되자 국토부는 급발진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황을 조성한 후 공개실험 했지만 급발진 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급발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차량 제조사들은 면죄부를 받게 됐지만, 그간 급발진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피해 보상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공개 재현실험은 급발진 추정사고 민·관 합동조사반에서 3차례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급발진 재현 희망자를 신청 받아 지난달 26~27일 이틀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교통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실시됐다.

실험은 총 8건으로 국토부가 국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제안서 6건과 급발진연구회 주장 1건, 2009년 미국 토요타 차량 급발진 원인 제기 내용 1건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재현 실험은 제안자가 요구한 실험조건을 갖춰 주고 제안자가 직접 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들이 공모한 6건의 급발진 실험의 내용은 ▲자동차 실내 및 엔진제어장치(ECU)의 습기 ▲자동차 부위별 정전기 및 고조파 발생 ▲주행 중 가속, 브레이크페달을 동시에 밟을 경우 제동력 상실 ▲엔진제어장치 가열 및 회로 단선 ▲엔진제어장치에 전기충격 및 발전기 고장 ▲연소실내 카본퇴적 등이었다.

6건의 실험 중 5건은 엔진출력 상승 등과 같은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엔진제어장치에 전기충격 및 발전기 고장’ 실험은 제안자가 당일 불참의사를 통보해 실험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급발진연구회가 ‘진공배력장치의 공기압력 이상(압력서지현상)’으로 스로틀밸브가 열려 급가속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 주장도 대해서도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2009년 미국 토요타 급발진의 원인으로 제기된 가속페달 감지센서 고장을 가정한 경우도 특이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실험 결과 국토부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급발진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공식적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급발진을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고 조사와 재현 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회사 편든 실험?


국토부가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국내 차량 급발진 제보가 1000건 이상 접수되면서 논란이 제기되자 ‘자동차의 구조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블랙박스 탑재 비율이 늘어난 2010년을 전후로 급발진 추정 사고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늘었다.

그러자 이번에 정부가 나서 공개실험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급발진 추정 사고 사례와 관련자의 제보를 받아 실증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논란만 키우고 끝나는 꼴이 됐다.

급발진 실험 위원회는 이번 실험을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없앤 것 같다”고 자평하지지만 이를 지켜본 상당수 국민은 “불안감이 없어지기는커녕 의구심만 더 든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에서는 약자인 소비자를 점점 더 보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전 세계적 난제인 급발진에 대해 국토부는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실험을 진행함에 따라 급발진은 결국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고 국가가 나서서 입증해준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급발진 사고를 당한 소비자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자동차 회사가 “급발진 원인은 없다”는 이번 국토부의 실험결과를 증거로 내세울 경우 소비자는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토부의 급발진 실험은 자동차 회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불의의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국민을 내 팽개치고 자동차 회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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